독일 쾰른의 관광명소인 호이마르크트에 위치한 유로2024 팬존. 쾰른(독일)|남장현 기자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는 대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된다. 팬존(Fan Zone)이다. 말 그대로 팬들을 위한 장소다. 독일의 10개 도시에서 한창 진행 중인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를린, 뮌헨과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인구 6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뒤셀도르프, 30만 명 남짓한 겔젠키르헨 등 중소도시에도 마련됐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대회조직위원회는 암표 방지와 분실 우려 등을 이유로 티켓을 자체 휴대폰 앱을 통해서만 제공하고, 개별 ID(신원)가 확인돼야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팬존만큼은 일반 관광지처럼 누구나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입구에서 간단한 짐 검사만 받으면 된다.
모든 팬존이 각 도시의 상징적 장소에 설치됐다. 베를린은 국회의사당 광장, 뮌헨은 올림피아파크, 프랑크푸르트는 마인강 북쪽의 마이누퍼, 쾰른은 라인강 인근의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잘 알려진 호이마르크트다.
대회기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상시 개방된 이곳은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난다. 각국 유니폼과 머플러, 가방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공식 용품숍은 기본이다. UEFA의 마케팅 파트너가 준비한 소형 부스가 줄지어 있고, 미니축구나 다트게임 등 다양한 이벤트가 수시로 진행된다. 운이 좋으면 중간중간 인디 록밴드의 뜨거운 미니 콘서트도 볼 수 있다. 쾰른 팬존의 UEFA 관계자가 “경기장보다 많은 것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이유다.
독일 쾰른의 관광명소인 호이마르크트에 마련된 유로2024 팬존에서 각국 팬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쾰른(독일)|남장현 기자
물론 하이라이트는 팬존 내에 설치된 2~3개의 스크린을 통한 경기 관전이다. 유로2024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 6시, 9시에 진행되는데 그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든 전 세계 팬들이 국적,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로 어울려 맥주를 나눠 마시며 큰 소리로 장외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 종료 후 각국 취재진과 선수들이 좁은 공간에 뒤섞여 간단한 인터뷰를 하는 ‘믹스트존’과 거의 비슷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개 관람(Public Viewing) 구역도 준비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것은 비슷하나, 팬존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일일이 짐 검사를 하는 대신 최소한의 안전라인만을 설치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도록 했다. 다만 매일은 아니고, 독일대표팀 경기 또는 해당 도시에서 예정된 경기가 열릴 때만 개방한다.
사실 팬존을 마련한 진짜 이유는 ‘통제’에 있다. 대회기간 내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 보니 통제가 쉽지 않다. 특히 아침부터 잔뜩 술을 마셔 온종일 취해 있는 팬들도 적지 않아 안전사고의 우려가 상존한다. 독일 경찰이 불시에 신분을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연행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러나 특정구역을 지정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확실한 관리가 가능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쾰른(독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