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챔피언 결정전 직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러나 ‘업셋’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 도중 득점에 성공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의정부|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대캐피탈은 4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6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분패했다. 승점3이 절실했던 경기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선두 대한항공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대한항공은 남은 2경기에서 승점2만 따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포스트시즌(PS)에서 업셋 우승을 노릴 차례다. 만일 현대캐피탈이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 3위 우리카드와 3전2선승제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하지만 하위팀의 반란이 익숙한 V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마냥 불리한 것도 아니다. 2005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열세 번의 PS에서 정규리그 2위 혹은 3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1위팀을 잡은 업셋은 총 여덟 번 있었다. 오히려 정규리그 1위팀의 우승 통계가 더 낮은 아이러니다. 체력보다 감각이 더 중요한 배구 특성상 긴 휴식이 독으로 작용한 경우다.
현대캐피탈은 주로 업셋의 피해자였다. 여덟 번의 업셋 중 현대캐피탈이 패했던 적은 총 네 번이다. 직전 2017~2018시즌도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대한항공에 덜미를 잡히며 무릎을 꿇었다.
반대로 업셋으로 전세를 뒤집은 기억도 선명하다.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다. 당시 PO에서 한국전력을 2승으로 꺾은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에서 5차전 접전 끝에 3승2패 우승을 맛봤다. 만일 올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면 상대는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다. 지난 2년간 짜릿함과 아픔을 번갈아 맛봤던 상대다.
업셋을 위해서는 분위기 반전이 최우선이다.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까지 대한항공, 우리카드와 나란히 승점59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6라운드에서 3승2패로 무너지며 선두 사수에 실패했다. 지난달 18일 대한항공전 ‘셧아웃’ 완패로 휘청했고 4일 KB손해보험전 패배로 추격 동력까지 일었다.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일 경기에서도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아홉 차례 듀스 끝에 무너지자 5세트에서는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패했다. 승점3을 놓치며 동기부여에 실패한 모습이었다. 선두 탈환이라는 목표가 사실상 멀어졌으니 이제 업셋으로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이 7일 우리카드전에서 승점2만 따내면 현대캐피탈의 10일 우리카드전 결과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주전을 내세울 계획이다. 최 감독은 “시즌 순위와 상관없이 마지막 우리카드전은 승리하고 가야한다”며 분위기 환기에 초점을 맞췄다.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상승세를 탄다면 업셋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목표를 재설정한 현대캐피탈은 ‘어게인 2016~2017’을 꿈꾸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