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스포츠동아DB
V리그 원년인 2005시즌 최하위를 선택했던 흥국생명은 그 보상으로 김연경을 뽑아 2005~2006시즌 통합우승을 했다. 그 특별한 경험은 도로공사가 2016~2017시즌 최하위에서 2017~2018시즌 통합우승으로 이어받았다. 통산 5번째로 V리그 여자부 최다 시즌 우승기록을 눈앞에 둔 흥국생명은 꼴찌에서 다음시즌 우승하는 3번째 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 상대보다 코트를 넓게 사용한 흥국생명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감독들의 예상처럼 흥국생명은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약점이었던 중앙의 높이를 FA선수 김세영 영입과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주아로 메웠다.
이재영의 리시브 부담을 줄이면서 왼쪽 한자리를 책임져줄 파트너로 선택한 FA선수 김미연의 가세도 큰 힘이 됐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도 경험 많고 높이가 있는 톰시아를 전체 2순위로 선택해 어느 곳 한자리도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팀을 완성했다.
경쟁 팀들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시도할 형편이 안돼 네트를 3분의2 밖에 쓰지 못했지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는 달랐다. 강력한 좌우날개공격은 물론이고 속공 등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다양했고 효율적이었다. 높은 블로킹 덕분에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6개팀 가운데 디그 1위, 블로킹 2위였다. 리시브와 수비도 3위로 수준급이었다. 이런 탄탄한 수비 뒷받침 덕분에 연승도 많이 했다. 3~4라운드 4연승, 4~5라운드 5연승에 이어 6라운드도 3연승 중이다.
흥국생명 김해란-김세영-이재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베테랑 김해란 김세영이 이끌고 이재영이 길을 내다
상대적으로 경쟁 팀은 이런저런 이유로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선수 이바나의 교체로 한동안 힘들어했다. 현대건설도 김세영의 공백과 외국인선수 베키의 교체과정에서 삐걱거렸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은 시즌 도중 주전리베로의 이탈이 전력에 큰 영향을 줬다. KGC인삼공사는 알레나의 부상 이후 추락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국가대표팀 차출 후유증으로 힘들어했던 때도 있었지만 부상 같은 돌발악재를 만나지 않았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절망 속에서 찾아낸 우리 그리고 단호함
그리고 찾아온 지난 시즌의 최하위 성적표. 꾸준히 성적을 향상시켰던 감독에게도 잠시나마 우승의 기쁨을 맛본 선수들에게도 힘든 때였다. 그 깊은 절망감 속에서 감독과 선수들은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아마추어는 우승을 위해서 뭉치지만 프로페셔널은 우승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 그동안‘나와 너’밖에 몰랐던 선수들은 차츰‘우리’를 생각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성숙과 넓어진 시야는 팀을 조금씩 탄탄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속내와 인생목표, 생활방식이 다른 16명의 선수와 이들을 돌보는 코칭스태프는 이제 우승으로 하나가 되는 방법을 알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