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지석. 사진제공|KOVO
2년 전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수상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시즌 MVP는 리그 우승팀에서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2년 전 대한항공은 수상 후보들이 많아서 표를 분산시키는 바람에 우승을 하고도 MVP를 놓쳤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팀 내부 동료들끼리 MVP 후보 단일화를 한 눈치다.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세터 한선수가 7일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시즌 MVP는 정지석”이라고 했고, 동료 곽승석도 같은 말을 했다. 정지석은 그날 손사래를 치다가 “주시면 받겠다”고 대답했다. 정지석은 이날도 MVP 수상 얘기가 나오자 자신 없는 목소리로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지금 나오는 얘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믿고 기다려 보겠다”고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사회자가 “그렇다면 MVP 수상 자신감을 1~1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해보라”고 하자 즉시 “100”이라고 했다.
정지석은 행사에 참가한 3명의 남자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경쟁 선수들에게 챔프전을 앞둔 훈수를 부탁했을 때도 “내가 훈수를 둘 입장이 아니다. 다만 살살 해줬으면 좋겠다, 미리 설레발을 치고 주접을 떨다가 지면 데미지가 클까봐”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전광인과 나경복은 “정지석은 진짜 프로다. TV화면 앞에서는 약한 척하지만 우리끼리만 있으면 어깨가 올라간다”고 폭로해 주위를 웃겼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