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감독 선임 관련 이슈에 대한 OK저축은행 구단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임감독 선임과정에서 불찰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구단의 부주의와 신중하지 대응으로 배구팬에 심려를 끼쳤고 국가대표팀 운영에도 폐를 끼쳤음”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김호철 감독이 흔들림 없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나가기를 기원한다”면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존경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감독 선임과정에서 비난의 여론이 거세고 협상의 당사자였던 김호철 감독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자 17일부터 구단 입장 발표문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한배구협회에는 공문형식의 또 다른 사과문을 보냈다.
OK저축은행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새 감독을 선임하고 이번 파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속내가 드러나는 사과문 발표지만 그동안 배구계를 뒤흔들면서 배구계의 귀한 자산인 레전드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던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우리도 피해자라는 식의 발표문을 내놓아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김호철 감독 선임 문제는 내부 검토 단계에서 중단되고, 철회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의 미숙했던 점에 대해서도 내부 프로세스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습니다”라고 대목이 그렇다. 이는 김호철 감독이 기억하는 협상과정과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김호철 감독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한때 모든 사실을 다 공개할 생각도 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지금은 입을 닫은 상태다. 하지만 언제든지 협상에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갔던 문자들을 공개할 경우 이번 파문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날 수도 있고 그 폭발력은 상상 이상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재발을 막기 위한 약속과 이번 파문을 일으킨 OK저축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겠다는 의지표명이 없다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그 잘못을 인정한다면 벌은 어떻게 받고 앞으로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발표문에서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임시 이사회를 조만간 열 계획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