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누구도 몰랐던 부산의 뜨거운 배구열기와 선수들의 열정

입력 2019-07-21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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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모두가 놀랐다. 기자가 21일 부산역에서 기장 실내체육관까지 오는 1시간 30분 동안 거리에는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체육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관객들이 부산 썸머 매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관중들이 모여들었다고 했다.

경기장 앞에는 포장마차들도 보였다. 잔치분위가 났다. 이번 스페셜이벤트를 기획했던 V리그 4개 구단과 부산시 체육회, 부산시 배구협회도 덩달아 흥분했다. 이 정도로 부산 경남 지역에서 V리그를 향한 열망이 뜨겁다는 사실은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와 경기에 참가하는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4개 구단이 SNS를 통해 단 한 차례 썸머 매치를 홍보한 것이 전부였지만 팬들은 알음알음으로 경기장을 찾았고 경기를 즐겼다.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은 “체육관에 5300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차라리 조그만 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할까 걱정도 했다. 오전 11시에 관중이 50명 정도 모인 것을 보고 ‘이게 전부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했는데 이 정도로 뜨거울 줄 몰랐다”고 했다. 관중은 310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 체육담당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내년에도 계속 이벤트를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4개팀 감독과 선수들도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보답했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 사인볼을 던져주는 순간 체육관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연습 때 코트를 때리는 선수들의 강력한 스파이크에 ‘와 와’ 하고 감탄하며 박수도 쳤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직접 스탠드로 찾아가 일일이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했다. 장내아나운서가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선수들이 직접 관중들이 앉아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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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선수들도 모처럼 V리그를 보는 부산 팬들을 위해 몸을 날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아직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이번 경기를 위해 관리를 했다. 모처럼 팬들이 경기를 보시는데 대충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비록 국가대표팀 차출로 최상의 멤버는 아니고 전광판도 켜지지 않아 수동으로 스코어를 보여주는 친선경기였지만 선수들은 V리그의 좋은 이미지를 심는 일에 열성이었다. 관중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화려한 이벤트도 외국인선수의 엄청난 타점의 공격도 아닌 바로 우리 선수들의 이런 뜨거운 열정과 구단 관계자들의 노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장|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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