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KOVO컵에서 최종 모의고사 치르는 외국인선수 스토리

입력 2019-09-19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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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가빈(왼쪽)-KB손해보험 산체스. 사진|스포츠동아DB·KOVO

한국전력 가빈(왼쪽)-KB손해보험 산체스. 사진|스포츠동아DB·KOVO

특별한 것이 많은 순천·MG새마을금고 KOVO컵(9월21일~10월6일 ·순천팔마체육관)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외국인선수들의 출전과 활약여부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외국인선수의 기량을 보면 그 팀의 시즌 운명을 짐작할 수 있다. 29일부터 벌어지는 순천 KOVO컵 남자부는 돌아온 가빈(한국전력)과 산체스(KB손해보험)의 기량이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다. 가빈은 7년 만에 다시 V리그를 찾았고 산체스는 4년 만이다. 타점과 파워가 전성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두 팀은 우승후보다.


● 돌아온 그들, 가빈과 산체스

연습경기를 해본 몇몇 감독들은 “한창 때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빈이 무섭다”고 했다. 한국전력 박범유 사무국장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정말 좋다. 연습경기 때 동료들이 실수를 해도 화내지 않고 격려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가 짜증이 날 정도인데도 ‘모두 내 잘못이다’고 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중앙에서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가빈의 능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신인드래프트 때 김명관을 전체 1순위로 선발했고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시키려는 이유도 가빈의 높은 공격타점을 살려줄 장신의 세터가 필요해서였다.

지난해 알렉스가 KOVO컵 도중 복근부상을 당해 시즌까지 고전했던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최대한 산체스를 아껴서 출전시키려고 한다. 비시즌 때 다른 팀의 눈에 띄지 않아서 더 궁금했던 이유다. 배구기량은 인정받았지만 성격이 까칠하다는 평이 따라다니던 산체스였지만 KB손해보험에서는 많이 달라졌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을 주위에 털어놓을 정도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산체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 마침 교체시기가 된 전용 차량도 신형 SUV로 뽑아서 줬다. 아내 리산드라를 위해서는 수원 숙소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사서 집안을 꾸미도록 했다. 집안의 중요한 결정을 모두 내린다고 알려진 아내의 마음에 먼저 들어야 산체스가 밖에서 편하게 훈련에 전념하고 경기도 잘한다고 믿고 있다.


● 순조롭게 팀 적응훈련을 해온 레오와 요스바니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새 외국인선수 레오, 요스바니와 탈 없이 호흡을 맞춰왔다. 레오는 “서브가 정확하고 성격이 좋다”는 내부평가를 받았다. 연습경기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어느 전문가는 “대박이 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서 높게 평가했다. 예전의 부상 트라우마 탓에 블로킹 때 문제점은 있다. 석진욱 감독은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요스바니는 OK저축은행 시절보다 공격비중을 많이 줄였다. 여전히 어깨의 상태에 의문부호는 있지만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시즌을 소화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다.

● 준비기간이 짧은 비예나, 산탄젤로, 그리고

대한항공은 역대 최단신 외국인선수 안드레스 비예나(192cm)를 선발해 키가 아닌 스피드의 성공여부를 테스트한다. 만일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한국배구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다만 유럽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비예나가 25일께 귀국 예정이어서 주전세터 한선수 및 유광우와 함께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우리카드와 삼성화재는 외국인선수를 교체했다. 삼성화재는 잦은 부상을 이유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던 조셉 노먼을 대신해 안드레스 산탄젤로를 뽑았다. 이탈리아 국적이다. “팀 합류가 늦어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요즘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삼성화재 유대웅 사무국장은 말했다. 198cm의 낮은 신장은 변수다. 유대웅 국장은 “노먼이 점프와 피지컬이 좋아 가빈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부상으로 돌아갔다. 산탄젤로는 안젤코처럼 성공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카드는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아가메즈 교체 이후 고민이 많다. 여러 소문이 배구계에 나도는 가운데 조만간 구단으로부터 깜짝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 여자부는 구관이 명관일까 아닐까

21일부터 개막하는 순천 KOVO컵 여자부는 새로 리그에 얼굴을 내미는 디우프(KGC인삼공사) 러츠(GS 칼텍스) 앳킨슨(도로공사)의 활용법이 관심사다. 신장이 2m를 넘거나 육박하는 키를 갖췄지만 아직 세기와 파워, 후위로 갔을 때 수비능력에서는 의문점이 큰 선수들이다. 연습경기 때도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 구관인 마야(현대건설)와 어나이(IBK기업은행)를 지명한 감독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선수의 선택이 옳았는지가 이번에 드러난다. 최하위순번으로 파스쿠치를 선발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높이보다는 수비능력을 높게 봤다. 상대적으로 공격능력이 눈에 띄지 않아 교체소문이 꾸준하게 나돌았다. 이번 순천 KOVO컵은 박미희 감독뿐 아니라 몇몇 감독들에게는 마지막 결단을 내릴 기회다.

한편 지난해 제천 KOVO컵 MVP 송희채(삼성화재)는 이번에 출전하지 못한다. 최근 폐렴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집에서 요양중이다. 3~4주 가량 완벽하게 치료를 마친 뒤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시즌 초반 출전도 불투명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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