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동혁. 사진제공|KOVO
도전과 성장,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꽉 채워진 비 시즌을 보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세계 코트를 누빈 대한항공 임동혁(20)의 새 시즌 목표도 한결 구체화됐다.
거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7월에는 2019 세계청소년남자배구(21세 이하)선수권대회에 다녀왔고 곧장 9월에는 성인 대표팀에 차출돼 2019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까지 소화했다. 존재감도 빼어났다. U21 대표팀의 주장으로 연신 팀 공격을 주도했던 임동혁의 ‘해결사’ 본능은 나이와 무관했다. 당당히 성인 대표팀 삼각편대의 한 축을 맡은 그는 지난 18일 일본과의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플레이오프 2차전서 소속팀 선배 곽승석과 나란히 19점을 폭발시키는 등 대표팀이 이 대회를 4위로 마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린 시절부터 ‘차세대 국가대표 라이트’로 손꼽혀온 임동혁은 더 이상 대표팀의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됐다. 특히 신장 201cm의 출중한 신체 조건을 갖춘 그는 높이라는 강점에 영리한 기술을 덧입혀 공격수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팔의 스윙 스피드를 높이고 변칙 플레이를 익히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높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교적인 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국제대회를 통해 배구를 보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며 두 눈을 반짝인 임동혁은 “대표팀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왔다. 좋은 경험을 쌓아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국가대표로서 욕심이 많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프로무대에서 두 시즌을 보낸 임동혁은 프로의 벽을 절감하며 이를 악 물었다. 고교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에이스’ 역할이 익숙했던 그다. 하지만 화려한 날개 공격진이 갖춰진 대한항공에선 출전 기회조차 충분히 받기 어려웠다. “2018~2019시즌에 정말 바닥을 쳤다. 자신감과 자존감도 떨어졌다”고 돌아본 그는 “내가 잘 해야 기회도 받을 수 있다. 가스파리니가 힘들 때 뒤를 받쳐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했다.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 2018~2019시즌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었다. 당시 임동혁은 세트스코어 0-1로 뒤진 2회부터 교체 출전해 5세트까지 20점을 맹폭했다. 공격 성공률 62.07%를 기록하면서 서브에이스 2개를 겸했다. 그는 “형들이 옆에서 잘 도와주셔서 공을 때리는 데 자신이 생겼다”고 회상하며 “대표팀에선 그 때의 감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에 다녀온 뒤로 코치님이나 형들도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해 주신다”고 미소 지었다.
임동혁은 자신의 가능성을 라이트 포지션에만 가둬놓지 않는다. 소속팀 훈련 때도 코칭스태프에게 “기회가 된다면 여러 자리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야간에는 자진해서 리시브 훈련에도 임한다. 그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고 싶은 것이 운동선수의 당연한 마음이다. 라이트 포지션만 기대할 수 없다”며 “여러 포지션을 뛰면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해두면 나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시즌에는 좀 다양한 역할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동혁이라는 이름을 팬과 배구인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는 개인 목표도 분명히 해뒀다. 그는 “그간 높이와 힘은 좋지만 공격이 단조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비 시즌 동안 공격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며 “상대 블로킹을 보면서 판단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기술적인 면을 보완했다. 새 시즌에는 성숙해진 공격을 통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