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26일 인천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출정식에서 구단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화려한 행사, 새 시즌을 앞둔 팀 전체의 자신감이 가득했다.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장충에 봄바람을 몰고 왔던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많은 것을 이뤘다.
카드업계 히트브랜드 ‘카드의 정석’만큼이나 ‘신영철표 배구’는 박진감이 넘쳤다. 개막 이후 4연패의 부진을 딛고, 과감한 트레이드로 물갈이를 한 끝에 거둔 성과였다. 외국인선수 아가메즈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우리카드가 정규리그 1위를 꿈꾸던 순간에 아가메즈는 부상을 당했다. 장충의 봄은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박진우의 서브미스로 끝났다. 우리카드 정원재 구단주는 출정식에서 “봄배구를 넘어서 우승”을 말했다. “지난 시즌 많은 노력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고맙게 생각한다. 올해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서 우승을 위해 구단과 직원 선수단이 3위 일체가 되자. 페어플레이를 펼치고 재미있는 배구를 하고 선수 모두가 좋은 성적을 내는 원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사 때 처음 선보인 새 시즌 유니폼은 눈에 띄었다. 모란꽃과 우리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차용했다. 배구단이 회사 주력상품의 판매에 도움을 주면서 1200만 명 고객이 팬으로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만찬에는 많은 취재진이 함께 했다. 그만큼 우리카드는 지금 뉴스의 중심에 있다.
● 출정식은 화려, 젊은 선수들은 성장
우리카드는 비시즌에 많은 뉴스를 만들었다. KB손해보험과의 3-3 트레이드를 했다. 하현용~이수황~박광희를 받고 김정환~박진우~구도현을 보냈다. 베테랑 유광우는 대한항공에 트레이드했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로부터 최석기와 한정훈도 데려왔다. V리그 최고의 전략가 신영철 감독은 쉼 없는 팀 체질개선과 전력 극대화 작업을 통해 우승팀을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변화 속에서도 팀의 중심은 지켰다. 지난 시즌 급상승의 발판이었던 세터 노재욱과 윙공격수 나경복~한성정~황경민, 리베로 이상욱은 보호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 봄 배구 진출의 경험 덕분에 한 단계 성장했다. 부쩍 자신감도 늘었다. 이들이 오래 함께할수록 팀은 더 조직적이고 탄탄하게 뭉쳐질 것이다. 선수생활의 정점을 향해가는 젊은 선수들이어서 팀의 앞날은 밝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우리카드의 공격패턴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세련됐고 여유도 생겼다. 지난 시즌만 해도 공이 코트 밖 여기저기로 날아다녔지만 이제는 아니다. 코트 안에서만 움직이는 공을 노재욱이 강약조절을 하며 스피드까지 높였다. 좌우는 물론이고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빠른 파이프공격에 상대 팀은 고전했다.
출정식에서 선보인 새 유니폼에는 모기업 히트상품 ‘카드의 정석’이 선명했고 모란꽃이 화려했다.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 미들블로커와 젊은 윙공격수의 환상 조합
눈에 띄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미들블로커들이다. V리그 통산 최다블로킹 2,3위 윤봉우와 하현용이 한 팀에 있다. 최석기와 지난 시즌 뒤늦게 꽃을 피운 김시훈, 영입생 이수황도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센터진의 막내가 30살이다. 경험은 7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감독님께서 윙 공격수는 젊은 힘을, 센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다”고 주장 윤봉우는 말했다.
감독은 비시즌 준비과정에서 가장 실력이 성장한 선수로 지난 시즌 신인왕 황경민을 꼽았다. 파괴력과 점프 능력은 최고라고 했다. “달라질 것이다. 공 끝만 살려주면 라이트 공격 때 상대 블로커 위에서 때린다. 파이프공격은 최고”라고 장담했다. 나경복은 이번 시즌 뒤 FA선수 자격을 얻는다. 구단은 FA효과를 내심 기대한다. 그는 비시즌 동안 소속팀보다는 국가대표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국제대회의 경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한국전력에서 시즌 도중 트레이드된 뒤 우리카드에 가장 어울리는 세터가 된 노재욱은 FA선수로 잔류했다. 구단은 그의 능력을 믿었고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노재욱도 우승 일보직전에서 물러난 아쉬움이 있기에 다시 한번 지금의 멤버로 봄 배구에 도전하려고 한다.
8월 외국인선수가 훈련에 합류할 때만 해도 우리카드는 3강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신영철 감독도 내심 자신만만했다. 감독은 여전히 기본기를 강조하지만 한 시즌 동안 스며든 디테일한 배구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였다. 여기에 외국인선수 아가메즈까지 가세하면 모두들 우승후보라고 했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카드는 V리그 사상 처음으로 개막 전 2차례나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그만큼 펠리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 우리카드라 가능했던 2번의 외국인선수 교체
아가메즈가 시즌을 준비하다 부상을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떠났다. 팀은 비상상황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했다. 랭글로이스를 영입했다. 테스트 결과가 나빴다. 아가메즈와 견줘서 파괴력의 차이가 컸다. “좋은 선수지만 실력이 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감독은 조기교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영철 감독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카드로 펠리페를 선택했다. 아직 이적이 마무리되지 않아 순천 KOVO컵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추석 연휴기간에 중동의 팀에서 데려와 훈련에는 참가시키고 있다.
시즌 전에 2번이나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것은 V리그 첫 사례다.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반대로 우리카드 경영진의 빠른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런트도 지난 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화됐다. 마침 구단주와 단장이 프로농구단에서 쌓았던 경험이 있기에 현장의 판단을 믿었다. 신영철 감독은 “시즌 36경기 동안 어렵게 갈 것인가 지금 잠깐 힘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고 구단에 말했다. 교체를 받아준 것이 고맙다”고 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만 3번째 V리그 유니폼을 입은 펠리페는 “비록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되지 못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고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V리그는 운명”이라고 했다.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에서 잘 지냈던 윤봉우 하현용과도 해후했다. 한국의 불고기와 추운 겨울마저 좋아하는 펠리페는 “동기부여가 되는 곳이다. 제2의 고향으로 한국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 나는 V리그에서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의 키워드가 기본기였다면 이번 시즌은 올라운드 플레이다. 이 말에서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가 어떤 모양인지 짐작이 간다. 신영철 감독은 “우승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전에는 확실한 키가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더욱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4명 윙 공격수의 실력이 늘었고 다양해졌다. 노재욱이 이를 잘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인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