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2019~2020시즌 V리그 프리뷰④ 삼성화재

입력 2019-10-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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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실패를 경험한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과감하게 새판 짜기를 선택했다. 주축 외국인선수 타이스와 결별했고, 김정호, 정동근, 황동일도 이적시켰다. 체질을 확 바꾼 채 새 시즌을 맞이하는 삼성화재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화재 배구단

지난해 제천 KOVO컵에서 삼성화재는 9년 만에 우승했다. 헹가래를 받은 신진식 감독은 “공중에 떠 있을 때 우승의 맛을 실감했다”며 좋아했다.

KB손해보험과의 결승전 때 보여준 삼성화재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특히 FA선수로 영입한 송희채(KOVO컵 MVP)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외국인선수 타이스가 없어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탄탄한 리시브와 물샐틈없는 수비, 정교한 연결, 확실한 결정력으로 알렉스가 뛴 KB손해보험을 꺾었다.

아쉽게도 그날이 2018~2019시즌 삼성화재 최고의 경기였다. 타이스가 네덜란드대표팀에서 돌아왔지만 삐걱거렸다. 같은 팀에서 3시즌을 쭉 뛰다보니 타성이 생긴 듯했다. 시즌 도중 불평불만이 늘었다. 화가 난 신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도 그를 빼버렸다.

무엇보다 감독을 애먹인 것은 범실이었다. 시즌 동안 892개를 기록했다. 특히 타이스(150개)와 송희채(126개)의 서브범실이 많았다. 박철우(140개)까지 합쳐서 팀이 시즌에 기록한 서브범실은 567개였다. 409개의 우리카드와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 서브가 약점이던 타이스는 고작 35개의 에이스를 했다.

고비마다 흔들린 리시브와 이전 시즌보다 81득점이 줄어든 MB 박상하의 공격까지 겹쳐 삼성화재는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지 못한 것은 전임 임도헌 감독체제 2년을 포함해 4시즌째다.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 사진제공|삼성화재 배구단


● 신진식 감독과 삼성화재가 선택한 새로운 길

시즌 실패 이후 삼성화재는 변화를 택했다. 타이스와는 결별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OPP 조셉 노먼을 선택했다. 그동안 국내최고의 OPP 박철우를 보유한 덕분에 레오, 타이스 등의 윙 공격수를 선발한 전례를 생각하면 파격이었다. 비록 스피드는 다른 팀보다 떨어져도 정확한 연결과 좌우에서 높이의 장점을 살렸던 것이 삼성화재 배구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신 감독은 외국인선수 OPP를 선택하며 새로운 길을 암시했다. 구단의 정책방향도 달라졌다. 우승을 위한 투자가 사라졌다. FA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포기했다. 투자보다는 육성, 성적보다는 수익을 먼저 말했다.

신 감독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팀의 체질을 바꿨다. 지난 시즌부터 많은 선수를 교체했다. 윙 공격수 김정호, 정동근은 KB손해보험으로 보냈다. 베테랑 세터 황동일과는 시즌 뒤 조건 없이 작별했다. 주전세터로 2년차 김형진을 고정하겠다는 감독의 뜻이 보였다. 리베로 김강녕도 한국전력으로 갔다. 대신 KB손해보험과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백계중을 디그 전담으로, 한국전력에서 바꿔온 이승현을 리시브 전담으로 쓴다고 했다. FA로 떠난 세터 이민욱을 대신해서는 한국전력에서 권준형을 받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전력에 플러스될 스타급 보강은 없었다. 대신 신인드래프트에서 무려 6명을 뽑아 육성을 통한 전력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화재 박철우. 사진제공|삼성화재 배구단


● 부상속출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시즌 준비

2+1년 계약의 마지막 해. 신 감독은 땀과 열정으로 새 시즌을 준비해왔다. 아쉽게도 예상 못 한 부상속출에 애를 먹고 있다. 리시브에서 큰 역할을 해줄 송희채가 폐렴이 걸렸다. 폐에 물이 찼다. 수술을 받았다. 회복에 4주가 걸린다는 진단이 나왔고, 순천 KOVO컵 출전도 포기했다. 현재 집에서 출퇴근하며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는 단계다. 마지막 정밀검진도 남아 있다. 시즌을 소화할 프로선수용 몸을 만드는 데 걸릴 시간까지 계산하면 빨라야 11월 출전이다. 최악의 경우 전반기는 송희채 없는 배구를 해야 한다. 당분간 고준용과 김나운, 이지석으로 윙 공격수 라인을 채워야 한다.

순천 KOVO컵에서는 고준용과 이지석을 가동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오른쪽에서 고군분투한 박철우와 비교하면 좌우의 편차가 컸다. 화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박철우는 순천 KOVO컵 예선 3경기에서 50득점을 기록하며 토종 OPP로는 최고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파괴력과 높은 블로킹은 여전했다.

공격을 도맡다 보니 경기 막판에는 지쳐 보였지만 그래도 버텨냈다. 박철우도 차츰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추세다. “이번 시즌이 고비다. 올해를 잘 버티지 못하면 선수생활이 끝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하게 배구를 한다. 나이 탓으로 회복시간도 길어졌다. 여기저기도 아프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어느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치고 위력은 있다.

감독은 외국인선수와 함께 박철우의 주공격수 역할을 분담시키고 때로는 미들블로커로 투입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물론 하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박철우의 마음을 달래가면서 외국인선수와 조화롭게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찾는 것. 신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태환도 부상으로 계속 고생했다. 그래도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시즌 뒤 다시 FA선수 자격을 얻는 박상하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삼성화재 산탄젤로. 사진제공|삼성화재 배구단


● 믿는 것은 버티기 경험, 새 외국인선수는 미지수

뼈아픈 것은 외국인선수다. 제2의 가빈을 만들겠다며 선발했던 노먼은 부상을 이유로 중도 퇴출시켰다. “오전 오후 훈련 모두 빠지지 않았지만 어느 한계 이상 가면 몸을 사렸다”고 유대웅 사무국장은 말했다.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선수로 산탄젤로를 뽑았다. 단신이지만 안젤코의 성공사례가 있어 많은 기대를 한다. 하필이면 KB손해보험과의 연습경기 도중 발목부상을 당했다. 결국 순천 KOVO컵은 불참했다. 준비기간이 많지 않아서 걱정이다.

선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돌아가면서 아프고 많은 물갈이를 하다 보니 제대로 훈련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신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시즌 초반을 버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팀의 상황을 감안해 시즌전략도 바꿨다. 리그 우승이 아니라 봄 배구 출전을 목표로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봤을 때 예전의 삼성화재보다는 중심이 약해졌다. 리베로와 세터의 역량도 그렇지만 리시브와 수비 이후 연결도 전처럼 매끄럽지는 않다. 현대배구의 상징처럼 된 파이프공격도 다른 팀보다는 적다. 송희채가 없는 동안에 백계중, 이승현, 고준용, 이지석이 리시브와 수비에서 잘 받아줘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다행히 김형진은 KOVO컵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고준용도 믿음직했다. 지금 삼성화재에 변하지 않고 남은 것은 오랫동안 쌓아온 버티기 경험뿐이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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