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카드·KOVO
상무 박삼용 감독은 순천 KOVO컵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최소 1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1승은 첫 경기 한국전력을 상대로 해버렸다. 그렇다고 KOVO컵에서 우승을 노리며 전력투구하기에는 상황이 애매하다. 준결승전은 5일, 결승전은 6일이다. 전국제전 일정을 감안한다면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상무 선수들은 “할 수 있다. 체력부담을 감당 하겠다”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박삼용 감독은 “체력안배는 해주겠지만 선수들에게 패하라고 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4일 팔마체육관에서 벌어진 KOVO컵 남자부 B조 예선 마지막 날 우리카드-상무 경기는 우리카드의 세트스코어 3-0(25-23 26-24 25-19) 승리로 끝났다. 우리카드는 2승1패를 기록하며 준결승전 진출을 확정했다. 상무는 1승2패로 예선 탈락했다. 경기의 주인공은 우리카드 한정훈이었다. 특히 3세트 21-18에서 3연속 서브에이스로 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정훈은 3세트를 뛰며 12득점 5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공격점유율은 17.57%였고 공격성공률 53.85%, 공격효율 46.15%를 각각 기록했다.
나경복(16득점) 황경민(14득점)에 이은 팀내 3번째 득점이었다. 프로 4년차인 그는 우리카드가 벌써 3번째 팀일 정도로 여러 팀을 옮겨 다녔다. 현대캐피탈에서 윙 공격수로 시작해 한 때는 세터로 전향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삼성화재로 옮겨갔고 그 곳에서 프로선수 생활이 끝났다.
배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부산시 체육회 소속으로 기회를 찾았다. 다행히 재능을 아깝게 여긴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불러서 테스트를 거친 끝에 유니폼을 입혔다. 비슷한 시기에 KB손해보험에서도 테스트를 검토했지만 우리카드가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짧은 시간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한정훈은 “제 인생에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얼떨떨하고 모든 것에 감사한다. 배구가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여기저기 길을 알아봤는데 신영철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고 했다.
처음으로 수훈선수로 인터뷰를 한 한정훈은 “감독님께서 성실하게 배구를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서 더욱 겸손하고 성실하게 모자란 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