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OK저축은행 돌풍의 숨겨진 이유들

입력 2019-10-31 10:4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KOVO

사진제공|KOVO

도드람 2019~2020시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에서 돌풍의 팀은 OK저축은행이다. 30일 KB손해보험에게 11점, 9점 차로 먼저 세트를 내줬지만 3-2로 역전승했다. 4연승으로 남자부 유일한 무패 팀이다. 김세진 감독이 이끌던 지난시즌 1라운드 때도 5승1패로 바람을 일으켰다.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은 길고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새로 선수들을 이끄는 석진욱 감독도 지금은 좋지만 시즌 마지막에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아직은 모른다. KB손해보험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외국인선수 레오의 몸 상태도 변수다. 레오는 31일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오른발바닥 근육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판명됐다. 전치 3주의 부상이다. OK저축은행은 레오의 교체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당분간 외국인선수 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 4승의 여유는 있지만 남은 1라운드와 2라운드 초반은 힘든 행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K저축은행 선수들이 보여주는 최근 플레이는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상승세의 숨겨진 이유다.

● 준비과정이 남다르다

경기 전 몸을 푸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의 동작은 다른 팀과 다르다. 의례적인 스트레칭이 아니다. 선수들이 전담 트레이너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함께 몸을 푼다. 이때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의 사용이다. 또 하나가 균형감각 유지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꼬는 동작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넘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몸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 스트레칭은 일본 V리그의 많은 팀들이 하는 것이다. 지난시즌 부상방지를 위해 영입한 마루야마 수석트레이너와 조효은 트레이너가 팀에 도입했다. 석진욱 감독과 스태프도 시즌 전 일본에 가서 우리와 다른 훈련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몇몇 구단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훈련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때 배웠던 다양한 노하우가 선수단에 도입됐다. 새로운 장비도 많이 구입했다. 연구와 투자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 훈련과정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이강주 강영준 등 젊은 코치들은 매일 훈련 뒤 토론을 한다. 선수 개개인의 그날 훈련은 어땠고 무엇이 좋고 나빴는지를 공유하고 기록한다. 이 자료가 매일 쌓여가면서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훈련성과가 높고 지금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스타팅으로 출전이 결정된다. 이름값이 아니라 훈련장에서 열심히 하고 준비가 잘 된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훈련의 목표는 시키는 사람의 만족이 아니다. 선수들이 최대한 효과를 느끼도록 하는 데 있다. 아직은 현역선수 같은 젊은 코치들은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훈련과정에서 나오는 디테일한 변화와 발전을 놓치지 않는다.


● 준비된 사람만 뛰는 원칙과 칭찬의 힘

중요한 일이 아니면 훈련장을 떠나지 않는 석진욱 감독도 평소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기에 뛰기 위해서는 훈련 때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레오가 훈련을 성의 없이 하자 일부러 모든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훈련을 시켰다. 한 사람의 태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레오가 느끼도록 했다.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웜업존에서 대기하는 선수들은 팔뚝에 심박수를 재는 기계를 차고 몸을 푼다. 무선으로 컴퓨터에 연결된 이 기계는 선수들의 현재 심박수를 알려준다. 감독이 선수교체를 결정할 때 투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다. 지금 뛰지 않는다고 설렁설렁 놀고 있는 선수에게는 출전의 기회조차 없다. 그래서인지 OK저축은행은 유난히 교체 투입된 선수가 중요한 득점 등 제 몫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석진욱 감독은 칭찬도 잘 한다. OK저축은행에서는 칭찬을 먹고 성장하는 선수들이 많다. 최근 중앙에서 큰 역할을 하는 손주형이 대표적이다. 이민규도 요즘 한결 밝아졌다. 그동안은 모든 경기의 책임을 뒤집어썼지만 지금은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배구를 한다. 25일 대한항공 경기에서 보여줬던 연결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민규의 부활이었다. KB손해보험전에서 대반전 끝에 역전승을 따냈던 이민규는 “1세트에 앞이 캄캄했지만 결국 이겼다”고 했다.

물론 칭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태도와 겸손도 강조한다. 훈련 때 선수들에게 자주 지적하는 것이 있다. 열정을 가지고 생활하지만 잘 할수록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이 담긴 “눈을 깔아라”는 말이 그것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