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털어놓은 KOVO컵 우승 비책

입력 2020-09-0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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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여자부 최다인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 선수들은 아직도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7일 경기도 가평 숙소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의 의무교육인 미디어코칭에 참가한 데 이어 8일에는 새 시즌 프로필 촬영이 예정돼 있다. KOVO컵 준비로 미뤄둔 일들을 모두 마친 다음에야 9일부터 4박5일간 휴가를 떠난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46)은 “우승했으면 기분을 내야겠지만,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여서 집에서만 지내야 한다. 마음껏 즐길 시간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넘기 힘든 산이라고 봤던 흥국생명과 결승전은 단순히 이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GS칼텍스는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 비책이 궁금했다.

●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게 했다!
차 감독은 “대비할 시간이 많진 않았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고, 스태프가 상대를 분석한 뒤 중요한 포인트만 몇 개 짚어서 지시했다. 그 내용도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경기를 보면서 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신경 쓴 것은 팀 분위기였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고, 밝고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도록 유도했다. 차 감독은 5일 결승전 당시 “오늘 하루는 선수들을 절대로 혼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지켰다. 그 덕에 선수들은 긴장하지 않고 웃으면서 경기를 치렀다. 정말로 GS칼텍스 선수들은 결승전을 즐겼다.

전략적으로 달라진 것은 센터 문명화의 선발 기용이었다. 그는 “결승전을 위해 따로 새로운 것을 한 것이 아니라 선수만 바꿨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냥 있는데 상대가 움직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준결승까지 흥국생명은 상대의 서브를 쉽게 공략했지만, GS칼텍스의 강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속공이 줄었다. 결국 결승전은 차 감독이 원하는 날개공격수의 싸움이 됐고, 이 때 문명화가 블로킹에서 큰 역할을 해줬다. 리바운드만 되면 반격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대로 풀렸다.

차 감독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은 이재영을 서브로 집중 공략한 것이 통했고, 흥국생명의 서브가 갑자기 약해져 우리가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츠의 높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자리(러츠)가 상대도 부담스러웠는지 피해서 들어오려고 했다. 러츠 뒤로 넘어가는 공은 줘도 된다고 봤고, 나머지는 우리 선수들이 수비로 막아냈다”고 복기했다.

● 젊은 선수를 키운 것은 신뢰와 땀, 눈물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차 감독은 “3-0으로 이겼지만 모든 세트가 접전이었다. 결과를 떠나 이렇게 재미있고 수준 높은 경기를 해준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긴장하지 않고 잘 버텨준 사실이 기특하다”고 강조했다.

평균연령이 가장 어린 GS칼텍스는 플레이가 가장 빨랐고, 선수들의 반응속도 또한 뛰어났다. 차 감독은 “배구가 빨라져야 하고 빠르게 가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100m를 10초에 뛰라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한 번에 되지 않기에 반복훈련을 하고 기다리는 힘든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혼나기도, 삐치기도 하고, 푸닥거리를 하고, 당근과 채찍도 들어가고,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참고 이겨내야 팀은 좋아 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우승은 오랜 시간 흘린 땀과 눈물의 탑으로 쌓아간다는 뜻이다.

물론 이 과정은 선수와 감독의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은 간도, 쓸개도 내줘야 할 때가 많다. 차 감독은 “선수와 잘 지내려고 하고, 좋아지려고 노력한다. 선수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몇 년을 노력하지만, 그 선수가 성장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때도 있다. 그 때가 가장 힘들다”며 “선수도 그렇지만 감독도 감정의 동물이다. 갈수록 구조적으로 지도자가 구석으로 몰리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과 힘들게 노력해서 지금 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패배의 순간에는 너무 쉽게 비난을 한다. 기대감이 커지지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좋지만 걱정도 된다”고 털어놓았다.

차 감독은 끝으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시즌 때도 무관중 경기가 이어질 것 같은데, 이것이 반복되고 한계를 넘어서면 선수들에게 공허함이 생길까봐 가장 걱정이다. 수준이 높아진 여자배구를 빨리 많은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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