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정규리그 여자부 1위 현대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2020~2021시즌 V리그 개막 후 2연승으로 출발했지만 기세가 꺾이면서 5연패다.
최근의 부진을 보여주듯 모든 지표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특히 공격력이 약해졌다. 18일 현재 현대건설의 공격종합 성공률은 36%로 6개 팀 중 5위다. 지난 시즌에는 39%로 2위였다. 수비 후 반격과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득점능력을 의미하는 오픈공격 성공률도 32%로 5위다. 지난 시즌 36%(2위)보다 4% 낮아졌다. 지난 시즌 1위였던 퀵오픈은 32%(5위)로 무려 14%나 떨어졌다. 그나마 장점인 속공은 51%의 성공률로 지난 시즌과 같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 대신 블로킹은 세트 평균 2.466개(1위)→2.269개(4위)로 느슨해졌다. 리시브 성공률(32.98%→31.32%), 디그(22.69개→19.63개), 세트(13.26개→12.77개) 등도 모두 하향세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중앙의 공격비중이 가장 높으면서도 위력적이었고, 좌우 날개공격의 균형이 맞는 토털배구를 했다.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선수들 중 가장 키가 작지만 기술이 뛰어난 루소를 선택해 팀의 배구 색깔에 딱 맞는 조합을 완성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연결 담당이 이다영(흥국생명)에서 김다인(22)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V리그 4년차인 김다인은 주전 세터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터가 성장하려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선수시절 명 세터였던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이기는 경기에선 세터가 잘한 것만 남아 기분만 좋을 뿐이다. 지는 경기에선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것이 오래 머리에 남는다. 배구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 뼈아픈 실수의 기억이 남아서 수업이 되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김다인은 매 경기 선택의 순간에 선다. 어떤 선택은 좋은 결과를 만들지만, 어떤 선택은 팀의 패배로 이어지고 두고두고 후회된다. 현대건설에도, 김다인에게도 이번 시즌 가장 뼈아픈 선택은 10월 30일 IBK기업은행전 2세트 23-22 때였다. 이미 공격준비를 마친 루소를 두고 김다인의 연결은 양효진에게로 향했다. 벤치에서 루소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만일 양효진이 그 연결을 성공시켰다면 현대건설의 행보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결국 듀스 끝에 역전패했다. 연패의 시작이었다.
그날 경기 후 김다인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팀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래도 코칭스태프는 누구라도 생각하는 뻔한 것보다는 용감한 선택을 하는 김다인의 장점을 믿는다. 이 재능은 누가 가르쳐서 될 일은 아니다. 용감한 선택을 동료들이 신뢰하고 먼저 준비하는 호흡만 맞춰진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김다인은 이 감독과 모든 경기를 복기하며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본다. 코트에선 몰랐던 것들이 많이 보이고, 스스로 느끼는 것도 나온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후회하면서 성장한다. 세터도 마찬가지다. 지금 김다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격려, 그리고 인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최근의 부진을 보여주듯 모든 지표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특히 공격력이 약해졌다. 18일 현재 현대건설의 공격종합 성공률은 36%로 6개 팀 중 5위다. 지난 시즌에는 39%로 2위였다. 수비 후 반격과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득점능력을 의미하는 오픈공격 성공률도 32%로 5위다. 지난 시즌 36%(2위)보다 4% 낮아졌다. 지난 시즌 1위였던 퀵오픈은 32%(5위)로 무려 14%나 떨어졌다. 그나마 장점인 속공은 51%의 성공률로 지난 시즌과 같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 대신 블로킹은 세트 평균 2.466개(1위)→2.269개(4위)로 느슨해졌다. 리시브 성공률(32.98%→31.32%), 디그(22.69개→19.63개), 세트(13.26개→12.77개) 등도 모두 하향세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중앙의 공격비중이 가장 높으면서도 위력적이었고, 좌우 날개공격의 균형이 맞는 토털배구를 했다.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선수들 중 가장 키가 작지만 기술이 뛰어난 루소를 선택해 팀의 배구 색깔에 딱 맞는 조합을 완성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연결 담당이 이다영(흥국생명)에서 김다인(22)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V리그 4년차인 김다인은 주전 세터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터가 성장하려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선수시절 명 세터였던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이기는 경기에선 세터가 잘한 것만 남아 기분만 좋을 뿐이다. 지는 경기에선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것이 오래 머리에 남는다. 배구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 뼈아픈 실수의 기억이 남아서 수업이 되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김다인은 매 경기 선택의 순간에 선다. 어떤 선택은 좋은 결과를 만들지만, 어떤 선택은 팀의 패배로 이어지고 두고두고 후회된다. 현대건설에도, 김다인에게도 이번 시즌 가장 뼈아픈 선택은 10월 30일 IBK기업은행전 2세트 23-22 때였다. 이미 공격준비를 마친 루소를 두고 김다인의 연결은 양효진에게로 향했다. 벤치에서 루소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만일 양효진이 그 연결을 성공시켰다면 현대건설의 행보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결국 듀스 끝에 역전패했다. 연패의 시작이었다.
그날 경기 후 김다인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팀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래도 코칭스태프는 누구라도 생각하는 뻔한 것보다는 용감한 선택을 하는 김다인의 장점을 믿는다. 이 재능은 누가 가르쳐서 될 일은 아니다. 용감한 선택을 동료들이 신뢰하고 먼저 준비하는 호흡만 맞춰진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김다인은 이 감독과 모든 경기를 복기하며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본다. 코트에선 몰랐던 것들이 많이 보이고, 스스로 느끼는 것도 나온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후회하면서 성장한다. 세터도 마찬가지다. 지금 김다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격려, 그리고 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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