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 김영일 본부장이 2일 오후 갑자기 사임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월 11일 GS칼텍스-흥국생명 2라운드 도중 발생한 소위 ‘김연경 네트파문’이 20일이 넘도록 수습되지 않자 논란의 모든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이 5세트 14-14에서 상대 권민지의 블로킹에 차단되자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를 놓고 주심이 징계를 주지 않고 경기를 진행시킨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판단하는 측과 심했지만 벌칙까지 줄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더구나 그 선수가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상징인 김연경이었기에 파장은 컸다.
KOVO는 다음날 경기운영본부 주재 회의를 열어 “주심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것은 잘못된 규칙적용”이라고 판단, 심판에게 징계를 내렸다. 제재금은 30만원이었다. 심판은 이 결정에 반발했다. 징계의 근거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심판의 판단을 옹호하는 몇몇 매스컴에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징계 당사자인 심판과 경기운영본부장의 면담내용이 공개됐다. 심판이 요구했던 징계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했다는 의혹보도까지 나오면서 심판과 KOVO의 논쟁으로 해석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OVO는 보도자료에서 “경기운영본부 조직관리 문제점에 칙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문용관 경기운영실장이 당분간 대행체제로 운영한다”고 했다. KOVO의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다. 만류했지만 물러나겠다는 의사가 강했다”고 전했다. 사실 냉정하게 봐서 이렇게까지 될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면서 V리그의 현장 책임자가 물러날 정도로 일이 커져버린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많다.
우선 KOVO의 아쉬운 대응이다. 징계를 내렸으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받는 사람도 납득해야 하는데 여기서 틀어졌다. 벌을 받는 측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당사자에게 잘 설명하고 충분히 납득을 시켰으면 쉽게 끝날 일인데 어찌된 일인지 답을 빨리 주지 않았다. KOVO는 늦었지만 심판에게 징계이유 문서를 주기로 했다.
다음은 징계의 근거다.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김연경이 2세트에 공을 한 차례 세게 내리치는 행동으로 심판의 구두경고를 받았다. 4세트에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옐로카드를 받았기에 5세트 그 상황에서 심판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3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선수를 세트퇴장 시키고 경기를 계속 진행하거나 레드카드를 줘서 경기를 끝내야 한다. 하지만 반칙(fault)이 아닌 가벼운 불법행위(minor misconduct)로 심판이 경기를 끝내지는 말라는 것이 FIVB의 권고사항이다. 그게 아니면 그날 주심처럼 선수의 자연스러운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면 된다. KOVO는 첫 번째가 답이라고 판단했고 주심은 세 번째가 맞는다고 주장한다.
이제 남은 것은 V리그의 기준과 판단이다. 앞으로 V리그의 모든 선수들이 네트를 잡아당겼을 때 심판보고 이를 제재하라고 할 것인지 그대로 내버려둬도 될 것인지 기준만 정해주면 된다. 이 기준이 바뀌지 않고 V리그의 모든 구성원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너무 멀리 왔지만 지금이라도 KOVO가 해야 할 일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