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러셀. 스포츠동아DB
애초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러셀의 슬로스타터 기질을 걱정했다. “경기 초반 외국인선수의 공격성공률이 떨어지면 세트를 더 소화하게 되고, 선수단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초반과 견줘 많이 개선됐지만, 실제로 러셀의 기복은 지금도 한국전력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서브만큼은 기복이 없다. 올 시즌 전 경기에서 최소 서브득점 하나씩을 기록했고, 총 9경기에서 3개 이상의 서브득점을 올렸으니 그 순도는 엄청나다. 63세트를 소화하며 239차례 서브를 시도해 총 46득점을 올렸고, 범실은 63개였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서브도 상대 리시브를 흔들며 세트플레이를 봉쇄했기에 효과가 상당했다.
강력한 서브는 그만큼 많은 서브 범실을 수반하지만, 러셀에게는 예외다. 세트당 서브범실도 1개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은 V리그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서브 부문 타이틀홀더를 배출하지 못했던 터라 러셀의 서브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러셀은 타점을 최대한 앞에 놓고 서브를 시도하는데, 공을 높이 띄우고 스텝을 잠시 멈춘 뒤 쭉 밀어치는 형태다. 안정된 서브 메커니즘에 큰 키까지 앞세워 높은 타점에서 공을 찍어 누르니 상대 리시버 입장에선 그야말로 살인무기나 다름없다. 팔만 움직여서 공을 받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KBSN스포츠 이세호 해설위원은 “러셀은 서브를 할 때 손목을 완전히 감지 않고 끊어서 때린다. 볼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다”며 “강하게 때리지만, 플랫 서브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니 공이 조금만 옆으로 가도 받기가 쉽지 않다. 다른 선수들과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