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그들이 떠나던 날…바르텍-비예나의 이별 뒷얘기

입력 2020-12-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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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텍(왼쪽)-비예나. 스포츠동아DB

바르텍(왼쪽)-비예나. 스포츠동아DB

V리그 남자부 최다우승팀 삼성화재는 외국인선수 덕을 많이 본 팀이다. 실업배구시절 수많은 스타선수들 덕분에 무패의 우승신화를 쌓았지만, V리그 출범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성적 역순의 신인드래프트제도가 도입되면서 좋은 선수를 공급받을 방법이 사라졌다. 그래서 삼성화재는 뛰어난 외국인선수를 뽑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유계약제도 시절 선택한 안젤코~가빈~레오는 성공 사례였다.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이들이 선사한 챔피언 결정전 우승트로피는 7개다. 2016년부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제도가 도입되면서 삼성화재는 다른 생존의 길을 찾았다. 2016~2017시즌부터 2018~219시즌까지 함께한 타이스는 궁합이 나쁘지 않았다. 그 다음 선택은 조셉 노먼~산탄젤로~바르텍이었다. 노먼은 타이스가 트라이아웃에 불참하면서 택한 모험수였는데, 시즌도 못해보고 돌아갔다. 대체선수 산탄젤로는 기량 미달이었다. 팀 역사상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4명의 외국인선수 중 2명이다.

이번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고희진 감독도 용감한 결정을 했다. 비대면 트라이아웃 때 V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마테우스가 아닌 바르텍을 뽑았다. 하지만 실패했다. 삼성화재는 결정적 순간 득점력이 떨어지는 바르텍을 돌려보내기로 하고 15일 통고했다. 그는 “전체 득점 2위인데 왜 내가 그만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고 감독은 “미안하다. 내가 감독을 처음하다 보니 능력이 모자라 이런 결과가 됐다. 하지만 우리 팀은 외국인선수의 기준이 높다”고 답했다. 역대 삼성화재를 거친 여러 외국인선수의 활약을 잘 알았던 바르텍도 “나도 그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을 잘 납득하고 19일 폴란드로 돌아갔다.

대한항공도 21일 비예나와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역대 최단신 외국인선수였지만 대한항공과 궁합이 좋았기에 이별 통고가 더 어려웠다. 구단은 경기에 나가지 못해 미안해하는 비예나에게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지금 몸 상태로는 당분간 뛰기 어렵고, 무리하면 앞으로 선수생활에도 지장이 있어 재활에 전념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자리를 비워둘 순 없다”고 하자 비예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동료 선수들과 구단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구단은 언제 계약을 끝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운이 없었을 뿐이다. 편할 때까지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정리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로 작별을 알렸다. 대한항공은 이미 V리그에서 2차례 뛴 경험이 있는 쿠바 출신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데려오기로 했다.

비예나가 쓴 스페인어를 통역이 한국어로 정리해준 내용에는 그의 절절한 심정이 담겨있다. “무릎 부상으로 한국생활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팀의 상황과 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든 일을 버틸 수 있었고 행복했다. 많은 팬이 응원해줘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스페인으로 돌아가 회복에 힘쓸 것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올 날을 기대하고 이 감동적인 리그를 그리워 할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예나의 경우는 단순한 외국인선수 교체가 아니었다. 정이 많이 들었던 선수여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기념패를 만들어 코치들과 함께 회식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영원한 것이 없는 스포츠 세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잘 지내온 사람과 정(情)을 떼기는 쉽지 않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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