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이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은 어쩌면 이란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란에서 내내 느꼈던 나의 감정들은 오로지 이란이잖아, 이란이니까 그리고 이란이기 때문에, 였다.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어설픈 은유도 불필요하며 현실적인 수사가 필요치 않은 곳.
표현을 허락한다면, 단 한 마디.
그 이름, 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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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 시라즈
시인과 장미의 도시, 시라즈
시Shi-도시 라즈Raz-비밀. 즉, 비밀의 도시. 이란에서 가장 추앙을 받는 시인인 하페즈Hafez가 잠들어 있는 곳이어서 시의 도시로 불리는 시라즈는 도시 곳곳에서 붉고, 반짝거리며 가녀린 향기가 났다. 이란을 처음 여행함에 있어 대도시가 아닌 시라즈로 들어온 것은 어쩌면 다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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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HE CHERAGH
거울 모스크, 셔체러그
모스크에 도착하자 마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떤 의식을 하고 있었다. 남성들은 오른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 구호를 외쳤고 소년들은 작은 쇠줄이 달린 채로 자신의 몸을 때리며 행진했다. 마이크를 통해 절절하게 퍼지는 사회자의 외침과 둥둥거리며 울리는 북소리는 이 정교하고 빈틈없이 짜여진 장방형의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울려 퍼졌다. 모스크 전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났다.
공식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이방인은 무조건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전열을 이탈해서는 안 된다. 14세기에 지어진, 시아파의 3대 성지 중 하나라는 이 모스크는 내부 장식이 타일 대신 온통 거울 조각으로 장식되어 ‘거울 모스크’라는 시적인 이름을 부여 받았다.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코란을 암송하며 끊임없이 기도를 드렸고 그 장면들은 세밀한 거울 조각에 비쳐 다시 사방으로 화려한 만화경처럼 퍼져나갔다.
밤이 된 후 다시 모스크를 찾았다. 낮에 많은 시간동안 모스크를 보았지만 아무래도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낮 시간의 북적임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낮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모스크에 전등이 켜진 셔체러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망연하게 서서 모스크를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별처럼, 한꺼번에 터져버린 폭죽처럼, 화려하게 피어버린 밤의 셔체러그. 이제야 나는 시라즈라는 꿈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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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 EBNE HAMZEH SHRINE
모스크에 핀 장미, 알리 에브네 함제 사원
여덟 번째 이맘Imam-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이자 성인의 동생 알리 에브네 함제가 안치된 곳으로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곳을 기적을 일으키고 병이 치료되는 곳으로도 믿고 있다. ‘이맘의 후예’라는 뜻의 ‘이맘자데 사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이곳 돔의 모습은 다른 모스크와 달리 조금 길쭉한 꽃봉오리 모양의 봉긋한 형태인 시라즈식 모스크로 알려져 있다. 시라즈의 ‘장미의 도시’라는 또 다른 별칭의 기원은 아마 이곳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마침 경내에서는 어떤 의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추도하는 장례식이라고 했다.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마당에 카펫을 깔고 음식과 코란을 편 채 자리를 잡고 있었고 곧이어, 짧지만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며 지역의 종교 지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했다. 모두들 그의 간결하고 익숙한 진행에 따라 행사를 치렀다. 기도와 의식이 끝나자 아이들은 쟁반에 과일과 오이 같은 채소, 스위트 등을 들고 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익숙지 않은 달콤함의 스위트였지만 나는 그것을 두 개나 목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모스크 안마당 바닥에는 페르시아어로 쓰인 석판이 깔려 있었는데 모두 묘지라고 했다. 모스크 내부의 모습은 셔체러그의 축소판 같았다. 수많은 거울 조각들이 촘촘하게 박힌 공간은 셔체러그보다 훨씬 눈이 부셨다. 사람들은 알리 에브네 함제의 묘에 손을 얹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다. 나는 이 절절하고 뜨거운 공간에서 스스로 물러남을 택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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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MGAH-E HAFEZ
이란 시詩의 아버지, 하페즈의 묘
이란의 모든 집에는 두 가지 물건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나는 코란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란에서 코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다고 하는 하페즈1300~1389의 시집이다. 이란 전역에 걸쳐 많은 사랑과 존경을 동시에 받고 있는 서정적 연애시의 대가인 시인 하페즈는 시라즈에서 태어났고 역시 이곳에서 눈을 감았다. 단순히 시인의 묘라고 하기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의외로 무거워 보였다. 사람들은 보통 하페즈의 묘 끝에 손을 대고 무어라 말을 했는데, 아마 그의 시 한 구절을 암송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표정은 경건했고 또 엄숙했으며 진지했다. 한 여인은 묘 주위에 앉아 거의 실신할 정도로 울고 있었다. 아무도 그런 여인의 행동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고 언제든 같이 눈물을 흘릴 준비가 돼있어 보였다. 시를 사랑하는 도시, 시라즈. 아니, 이란. 시라즈에는 하페즈와 더불어 국민적인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싸아디Saadi의 묘도 있어 ‘시인의 도시’라는 칭호를 부여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시인의 도시라는 칭호를 받을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시라즈 곳곳에서 풍기던 은은한 향기는 아마, 이곳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