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제13대 사령탑 류중일 감독 주위에는 늘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형님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실은 감독이 되자마자 10일 동안 5kg이 빠졌다”며 껄껄 웃었다. 스포츠동아DB
감독 책임감 커…느는건 술·담배 뿐… 올시즌 목표? 당연히 우승이죠 하하
삼성의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 선수들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힘든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과거 김응룡 감독이나 선동열 감독 시절 다소 엄격했던 훈련 분위기와는 다르다. 삼성 라이온즈의 제13대 사령탑 류중일(48) 감독은 합리적인 인물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우기보다는 형님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온나손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류 감독을 만나 그가 추구하는 야구와 훈련 방향, 목표 등을 물어봤다.
-감독으로 취임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 지났다. 막상 감독이 돼 보니 어떤가.
“코치와 감독은 정말 다른 것 같다. 감독 되자마자 단 10일 사이에 몸무게가 5kg이나 빠져버렸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선수 때도, 코치 때도 난 항상 몸무게가 일정했다. 감독이 되고 나서 술과 담배가 늘더라.(웃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도 되지 않았나.
“처음 내가 감독이 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몰래 카메라’찍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랐다. 연습경기도 3경기를 치르면서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지금은 오치아이 코치에게 연습경기 투수 등판 스케줄을 짜게 했지만 시범경기와 시즌 때는 투수 로테이션이나 교체 타이밍 등을 내가 잡아야하니까 또 느낌이 다르지 않겠나. 야수야 계속 봐왔기 때문에 누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선수가 작전을 잘 소화하는지 잘 알고 있다. 타순은 내가 짠다.”
-훈련 분위기가 밝고 좋다.
“그런가?(웃음). 그렇게 봐주면 고맙다. 어차피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했다. 대신 ‘나는 실력보다는 자세를 보겠다. 훈련이나 게임 대충대충 하면 바로 비행기 태워 한국에 보내겠다’고 했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을 하고 있나.
“어차피 엔트리 26명 얼굴은 거기서 거기다. 다만 시즌을 치르다보면 주전이 부진하거나 예상 못한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내야수는 임익준 강명구 손주인, 외야수는 정형식 배영섭 오정복, 투수는 정인욱 백정현 등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외국인선수 2명은 어떤가.
“카도쿠라는 아프지만 않으면 실력은 이미 검증된 친구 아닌가. 지금까지는 모든 훈련을 다 따라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는 상태다. 가코는 좀 더 두고봐야겠다. 처음에는 스윙이 무뎠는데 주니치전에서 홈런을 친 뒤에 스윙이 괜찮아지고 있다.”
-타순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일단 1번은 김상수를 기용하고, 박한이를 2번에 쓰고 싶다. 6번타자 같은 2번타자를 배치하고 싶은 욕심이다. 정교함도 있고 장타력도 있는 2번타자를 두고 공격적인 야구를 하고 싶다. 가능하면 경기 초반에는 강공으로 갈 예정이다.”
-마운드에 대한 구상은 어떤가. 권오준 오승환이 좋아진 것 같다. 안지만을 선발로 쓸 생각은 없나.
“기본적으로는 선 감독님 체제로 갈 생각이다. 선발은 카도쿠라 차우찬 장원삼 3명은 정해져 있고, 배영수 윤성환 등 5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배영수 윤성환이 만약 좋지 않다면 안지만 정인욱 백정현이 대체 선발투수 후보다. 또 기존 5명의 선발 외에 정인욱이 좋다는 판단이 들면 6선발 체제로 가고 싶다. 우리 팀 마운드에 확실한 원투펀치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올해 차우찬이 그 역할을 해줄 만큼 성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웃음)”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어차피 감독 취임식 때 당돌하지만 우승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웃음) 각 팀의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선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드셨다. 나는 선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팀에다 내 색깔만 입히려고 한다. 코치들에게 내가 추구하는 야구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고, 훈련을 하면서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온나손(일본 오키나와현)|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