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속도·방향 보고 0.1초 만에 때린다

입력 2013-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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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 과학으로 본 야구 - 시각반응과 타격능력의 관계


타자의 빛에 대한 반응속도에 따라 타격능력 좌우
타 종목도 세계적 선수는 반응속도 0.1초 초반대


볼 방향·속도 계산 등 종합 두뇌훈련 뒷받침 돼야

모든 종목이 그렇듯 야구에서도 득점이 중요하다. 점수를 내지 못하면 훌륭한 타격능력을 발휘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승리하지 못한다. 투수가 던진 공을 잘 받아치고 달려 나가서 3개의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와야 득점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던지고, 치고, 받고, 달린다. 승리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많은 득점을 해야만 한다. 야구에서 득점을 위해선 ‘치고 달리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두 가지의 우선순위를 굳이 따지자면, 치는 능력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빨리 달리는 능력은 투수가 던진 공을 친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수에게는 던지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타자들에게는 치는 능력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투수들도 타자로 등장한다. 대표적 예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투구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빼어난 능력을 발휘해 투타에 모두 능한 멀티플레이어로서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타자들은 무조건적으로 강공만을 취하진 않는다. 상황에 맞게 번트도 대고, 상대 투수의 투구속도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도 있어 관중의 입장에서 보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물론 야구에서 수비할 때는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상대의 공을 잘 받아 적절한 위치로 빠르고 정확하게 송구해야만 하는 부수적 능력도 필요하다.

특히 우선시되는 능력은 타격이다. 배트를 휘두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수가 던진 공을 타이밍에 따라 적절한 위치에 맞혀야 하는 게 타자의 숙명이며 능력이다. 이를 위해 타자들은 무수한 타격훈련을 실시한다. 빠른 공, 느린 공, 낙차가 큰 변화구 등 다양한 구종에 대해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훈련을 한다.

잘 치기 위한 타격능력은 시각행동과도 연관이 깊다. 시각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잘 판단해 휘두를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있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빛과 소리에 인간이 반응하기까지는 0.1초에서 0.3초가 걸린다. 소리(청각)에 의한 반응능력이 빛(시각)에 의한 반응능력보다 약 0.1초 빠르다. 그만큼 인간은 빛보다는 소리에 더 민감하다는 얘기다. 소리에 의한 반응능력이 가장 잘 발달된 선수들은 아무래도 육상 100m 단거리 선수들일 것이다. 세계적인 100m 단거리 선수들의 소리에 대한 반응능력은 0.1초 가깝게 빠르다. 일반인들은 선수들보다 반응능력이 느리다. 소리에 의한 반응능력은 0.2∼0.3초대, 빛에 의한 반응능력은 0.3∼0.4초대다.

물론 선수간 개인차가 크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또 남녀 성차비교에선 남자선수들이 여자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반응능력이 우수하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반응능력은 청각반응이 시각반응보다 빠르며, 남자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국가대표선수들의 소리와 빛에 의한 반응시간은 표와 같다. 육상 단거리 선수들은 총소리에 의한 스타트 능력 향상으로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해 소리에 의한 반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세계적 선수들은 0.1초대 초반에 이른다. 야구와 비슷한 소프트볼 여자선수들의 소리반응능력은 0.293초, 빛반응능력은 0.329초로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지는 않았다. 다만 좋은 배팅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빠른 반응능력을 소유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타격능력에는 시각에 의한 반응능력 이외에 신체의 협응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수가 던진 볼 스피드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맞게 배트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동작들은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종합적 판단 결과가 타격능력으로 나타난다. 또 타격은 자신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투수의 볼 스피드와 방향, 그리고 날아오는 각도에 맞게 타자가 원하는 세기와 방향으로 배트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상대의 능력을 이용해야 하는 두뇌플레이에도 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 피칭에 대한 반복적 타격훈련과 더불어 과부하의 원리를 이용한 능력 향상을 위해 평소 훈련시 무거운 배트나 2개의 배트를 이용한 훈련도 실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야구에서 타격능력은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며, 자신의 시각행동반응과 더불어 신체의 종합적 판단능력에 상대(투수)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종합적 타이밍 능력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 야구는 개인운동이 아닌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조화로운 어울림 능력이 중요한 승리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개인능력과 더불어 팀 능력으로의 조화로운 연결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성봉주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과학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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