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민성. 스포츠동아DB
팀 숙원과 맞물린 3루수 전업 전화위복
빈틈없는 수비·득점권서 3할 타율 진가
롯데서 이적 후 첫 가을야구 주전 부푼꿈
넥센 김민성(25)은 지난해 개막을 이틀 앞두고 대학팀과의 연습경기 도중 발목 인대를 다쳤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넥센의 주전 2루수는 아마 그의 몫이었을 것이다. 김민성이 돌발부상을 당하자 넥센은 서건창을 2루수로 중용했다. 그런데 이 선택이 ‘잭팟’을 터뜨렸다. 서건창은 신인왕을 질주했고, 넥센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김민성은 자기 자리를 잃었다.
뛸 수 있는 몸이 됐는데도 2루에 갈 수가 없었다. 보여준 것이 없었으니 자리를 빼앗겨도 억울하진 않았다. 다만 막연히 ‘다시 백업 인생으로 돌아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2008년 롯데 시절부터 이상하게 주전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요긴한 유틸리티맨으로서 2루수, 유격수, 3루수 백업을 전전했다. 야구가 잘 되는 것 같다가도 돌아서보면 주전은 다른 선수의 차지였다.
그런데 몸이 나아져 전남 강진 2군 캠프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할 때, 구단은 김민성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3루수 훈련만 해라.” 사실 덕수정보고 시절, 3루수로 가장 많이 뛰었다. 그러나 힘들었다. 타구가 너무 빨랐고, 공격 부담도 컸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3루밖에 없었다.
풀타임 3루수는 넥센의 숙원이었다. 1루수 박병호∼2루수 서건창∼유격수 강정호의 ‘황금 내야진’을 갖춘 넥센이기에 3루수가 더 아쉬웠다. 김민우를 써봤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기획한 김민성 3루수 전업은 넥센의 내야를 완성하는 마지막 한 수가 됐다.
올 시즌 김민성의 가치는 집중력에서 나온다. 3할대의 득점권 타율에 결승타를 7개나 쳐내고 있다. 팀에서 강정호 다음으로 많고, 박병호와 공동 2위다. 김민성은 “찬스가 오면 이상하게 더 마음이 편하다. 박병호, 강정호, 이성열 선배 다음 타자라 나한테는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걸어오니 쉽다”고 비결을 밝혔다. 3일까지 전 경기 출장에서 알 수 있듯 수비에도 흠결이 없다.
김민성이 스스로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멘탈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감은 잃지 않는다. 여기에 성실함을 더해가고 있다. “경기 못 뛰는 후보 선수의 마음을 알기에 주전이 되고나서 연습부터 열심히 한다”고 김민성은 말했다.
롯데 시절 김민성은 가을야구를 해봤다. 그러나 주전으로선 이번이 최초의 도전이다. 김민성의 성장으로 2010년 7월 20일 단행됐던 트레이드(넥센이 황재균을 넘겨주고 롯데에서 김민성과 김수화를 받은 1대2 트레이드)의 추가 넥센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