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석주 감독. 스포츠동아DB
유독 포항에 약했던 전남의 과감한 실험
용병 빼고 붙어 2-2…결속력 확인 성과
실험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의미는 충분했다.
전남은 6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6라운드 홈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두 구단의 모기업 이름을 따 ‘포스코 더비’로 명명된 승부. 동생 전남은 간절했다. 형님 포항을 꼭 이기고 싶었다. 포항이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에서 더블(2관왕)을 이룰 때, 전남은 강등싸움을 펼쳤다. 게다가 전남에는 트라우마도 있었다. 유독 포항에 약했다. 2010년 7월부터 홈 3연패를 포함해 최근 홈 4경기 무승(1무3패)이었다. 대개 1골차 패배여서 아쉬움은 더욱 짙었다.
개막 2연패 후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던 포항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전남 하석주 감독이 내놓은 이날의 히든카드는 ‘토종축구’였다. 포항이 외국인선수 없이도 선전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빡빡한 일정 탓에 몇몇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필요성도 느꼈지만, 젊은 국내 멤버만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강팀과 승부할 때는 오히려 조직력으로 맞서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했다.
용병을 뺀, 익숙지 않은 상황에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선수단에 긍정적 자극을 주는 것은 물론 필수. “포항도 너희와 비슷하다. 나이도, 경험도 뒤질 게 없다. 너희들이 뭉친다면 못할 게 없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포항에 포철중-포철고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 유소년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면, 전남에도 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라는 최적의 선수육성 시스템이 있어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다.
전략은 거의 통했다. 전반 43분 현영민이 선제골을 넣었고, 1-2로 뒤진 후반 34분에는 이종호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남은 후반 18분 마케도니아 공격수 스테보를 교체 투입할 때까지 토종으로 구성된 포항에 토종으로 맞섰다. 대등한 양상이었다. 경기 후 하 감독은 “국내선수들끼리 나섰어도 별 걱정 없는 좋은 게임을 했다. 선수들의 단결과 협동심을 믿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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