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판정 시비를 줄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FIBA 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FIBA 룰은 국제경기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다. 7월 열린 한국-뉴질랜드의 평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골밑에서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허용하는 FIBA 룰에 따르면 다음 시즌 남자프로농구에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골밑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국제 룰, 골밑서 위로만 점프시 파울 안 불어
공격제한시간 8초 이내 자유투는 논란 예상
KBL(한국농구연맹)은 25일 감독자회의를 열었다. 2014∼2015시즌부터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을 기초로 한 새로운 경기규칙을 도입할 KBL이 10개 구단 감독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KBL은 FIBA 경기규칙을 기초로 하되, 구단들의 마케팅을 위해 작전타임 등 일부분은 로컬 룰을 적용할 계획이다. KBL은 9월 중순 이후 열릴 이사회에서 새로운 경기규칙을 확정한다. ‘공격제한시간 1∼8초 사이 파울에 대한 자유투 부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 FIBA 룰 도입 배경은?
KBL이 FIBA 룰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은 크게 2가지다. KBL은 창립 이후 미국프로농구(NBA) 경기규칙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컬룰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러나 우리만의 독특한 룰 때문에 심판판정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한 가지는 국제경쟁력 강화다. KBL은 이전까지 트래블링(이전 워킹바이얼레이션)에 대해 관대했고, 골밑싸움에 대해선 엄격하게 휘슬을 부는 등 FIBA 룰과는 상반된 판정을 했다. 프로에서 뛰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성적도 좋지 못했다. KBL은 기본 규칙을 강화해 리그에 흥미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판정에 대한 시비를 줄이고, 국제경쟁력도 강화시키겠다는 취지로 FIBA 룰을 도입한다.
● 구체적으로 바뀌는 부분은?
가장 큰 부분은 골밑 몸싸움이다. 국제심판들은 웬만한 접촉에 대해선 휘슬을 불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위로만 점프하면 신체접촉이 일어나도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다. 다음 시즌 골밑은 전쟁터로 변할 전망이다.
선수는 더 이상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없다. 벤치에서만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있다. 작전타임 횟수도 줄어든다. 20초 작전타임은 사라진다. 총 7차례에서 1∼2쿼터 2차례, 3∼4쿼터 3차례 등 총 5차례만 작전타임을 허용한다.
많은 논란을 낳은 속공파울은 없어진다. 그 대신 고의파울 등이 더욱 엄격해진다. 비디오 판독 규정도 세분화된다. 4쿼터 2분 이내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요청한 팀만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작전타임이 남지 않았어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었다.
● 논란이 예상되는 8초 이내 파울과 자유투
감독자회의의 화두는 ‘공격제한시간 1∼8초 사이 파울에 대한 자유투 부과’였다. KBL 김영기 총재는 취임 직후 빠른 농구를 펼치고, 경기의 평균 득점을 높이기 위해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10개 구단 감독 모두 반대했다. 한 감독은 “결국 득점대를 높인다는 얘기인데, 득점이 많이 나온다고 무조건 농구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로컬룰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감독 전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한 프로농구 관계자도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나라들도 미국을 제외하면 평균 득점이 높지 않다. 미국대학농구의 평균 득점도 60점대다. 그러나 농구월드컵과 미국대학농구 대부분의 경기가 박진감이 넘치고,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득점을 높이는 로컬룰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