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류중일 감독-구자욱 선수(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금 2군에 있었을 지도 몰라.”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근 구자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30일까지 타율 0.353으로 타격 3위, 타고난 타격 재능을 뽐내고 있다.
류 감독은 31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또다시 신인왕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신인왕보다는 MVP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1987년에 빙그레 이정훈(한화 2군 감독)에게 밀려 신인왕을 못 받았지만, 야구하면서 신인왕을 못 탔다고 후회해본 적은 없다. MVP나 개인 타이틀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는 건 생애 한 번뿐이지만, 앞으로 야구할 날은 더 많다. 구자욱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류 감독이 걱정인 건 맹타를 휘두르는 구자욱에게 아직 ‘자기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자욱의 포지션 문제는 군 제대 후 스프링캠프에서 주목받을 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원래 내야수지만, 내야에서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데다 외야수로 전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외야수비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전들의 공백이 있었기에 지금의 호성적이 가능했다. 채태인 대신 1루수로, 또 박한이 대신 우익수로 나서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이젠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 부상자들이 모두 돌아왔을 때, 타격감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다시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 류 감독은 “걱정이다. 채태인이나 박한이가 빠지면서 뛸 수 있어서 망정이지, 둘 다 있었으면 지금 2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구자욱이 지금의 성적을 내는데 있어 주전들의 공백이라는 ‘운’이 작용한 건 사실이다.
물론 감독 입장에선 주전급 선수가 벤치에 대기하면, 보다 유연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류 감독은 “내년에 배영섭이 제대하면, 플래툰을 써야할지 고민이다. 좌우놀이를 해야 하나?”라며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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