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측면 수비수 이주용은 최근 UAE 전지훈련지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꿈같은 데뷔 첫 해와 아쉬웠던 지난시즌을 되돌아보며 새 시즌의 각오를 전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자신만의 스타일로 반드시 부활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아부다비(UAE)|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선배와의 힘겨운 포지션 경쟁조차 받아들이는 여유 생겨
프로 3년차, 나만의 스타일로 새 시즌 재도약 일굴 터
그저 어려 보이기만 했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의 왼 측면 수비수 이주용(24)은 어느덧 ‘프로 3년차’로 접어들었다. 젊은 선수들이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전북에서 그는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다. 절반 이상의 출격 기회를 부여받으며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키고 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 전북이 진행한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이주용은 “어정쩡한 선수”라고 몸을 낮췄다.
그래서일까. 지난시즌이 끝난 뒤 전북 최강희 감독이 꾸준히 강조한 ‘측면 보강’ 이야기에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충분히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내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며 받아들였다. 실제로 포지션 경쟁자이자 선배인 최재수(33)가 영입됐을 땐, 오히려 선의의 경쟁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갈 소중한 기회로 여기게 됐다.
새 시즌 전북은 엄청난 전력을 완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도전을 위함이다. 여기에 꾸준히 성과를 내야 할 정규리그와 FA컵까지 염두에 두면 선수단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주용도 예전처럼 꾸준히 임무를 부여받을 공산이 크다. 만족할 수 없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부활의 희망을 부풀리는 이주용을 만났다.
-신인 때와 지금의 이주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인드가 강해졌다. 성격도 좀 독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에는 조금 수동적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내가 먼저 할 일을 찾아 하려고 한다. 좀 더 능동적으로 변한 것 같다. 내 자신이 강해져야 생존할 수 있기에 그렇게 됐다.”
-동계훈련 내내 (최강희 감독의) 주문사항이 많더라.
“내게 공격적인 빌드 업을 집중적으로 주문하신다. 측면 수비수라는 포지션이 공격 전체의 시발점이라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 세밀하고 빠르면서 간결한 플레이, 여기에 더 정확한 크로스까지 갖춰야 한다. (팀이 측면 보강을 대대적으로 했는데) 결국 내가 우리 팀이 원한 플레이에 맞추지 못해서다. 축구일지를 어릴 적부터 계속 쓰고 있다. 그때그때 느낀 점과 지적받은 내용을 적어두고 계속 바꾸려 노력 중이다.”
-스쿼드가 굉장히 두꺼워졌다.
“솔직히 전력 보강 이야기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든 경쟁이 찾아오고 있다는 의미니까. 그래도 냉정히 보면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상황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그래서 더 열정이 생기고 욕심이 난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 의식을 불어넣고 있으니…. 성장 과정에 있는 내게 정체되는 것처럼 무서운 일은 없다.”
-개인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시즌에 앞서 내가 뭘 이루고 싶은지, 어떤 걸 하고픈지 축구일지에 적어뒀다. 그런데 정작 경기에서 제대로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 어떻게 경기를 더 많이 뛸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다. 시즌 초에 비해 점차 페이스가 떨어졌다. 큰 목표보다 오늘에 충실하고 싶다.”
-자신에게 전북이란?
“전북이 없다면 난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가끔씩 다른 팀에 있는 날 가정해보는데 정말 답이 안 나온다. 좋은 공격수도, 좋은 수비수도 될 수 없었을 거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면.
“나에 대한 팬들의 인식이다. 6월로 기억한다. 홈에서 패한 경기였는데, 그 많은 관중 속에 흘러나온 이야기를 정확히 들었다. ‘이주용 쟤 왜 저래?’ 자격지심일 수 있지만 선수는 좋은 이야기보다 따끔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때 내 현실을 파악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부진했다. 날 꼬집었던 분들이 감사하다. 그 분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올해 내가 할 일이다.”
-프로 2년차 징크스였나.
“정말 있었던 것 같다. 어정쩡했다. 그런데 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공을 잡으면 어떻게 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더라. 본업인 수비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측면은 압박이 심한 위치인 데다 경기운영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판단력도 떨어지고 자신감까지 사라졌다. 데뷔 첫 해 어떤 선배가 한 말씀이 딱 기억났다. ‘잘 준비해라. 2년차가 되면 될 것도 안 되고, 희한하게 안 풀릴 때가 많아진다. 대비하고 있어!’ 그때는 한 귀로 흘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해답을 찾았나.
“정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내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팀에 좋은 선배들의 장점들을 죄다 흡수하려 했다. 난 그 형처럼 될 수 없는데, 참으로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막연히 따라하다 오히려 내 플레이에 혼란이 왔다. 첫 시즌 후반기부터 꾸준히 기회를 잡은 건데 얻은 부분까지 죄다 잃어버렸다. 그래도 언젠가 겪을 아픈 시간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은 지금 찾아온 것이 낫다.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다. 내 방향을 찾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