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야구 연재만화 개봉박두] 최훈 “굿바이 이상용! GM2로 만나요”

입력 2016-03-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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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개인 작업실에서 만난 최훈 작가가 인터뷰 도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최 작가는 3년 동안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클로저 이상용’을 마무리하고 4월11일부터 필드 밖의 선수 쟁탈전을 다룬 신작만화 ‘GM : 드래프트의 날’로 독자들과 만난다. 용인|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클로저 이상용’ 3년 만에 마무리…내달 11일부터 신작 ‘GM2’ 연재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최훈(44) 작가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책상과 커다란 모니터가 보이고 구석에는 차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다. 벽 한 면을 다 채운 책장에는 책과 최 작가의 유일한 취미인 프라모델 상자가 반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최 작가는 야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 온 정통야구만화 ‘클로저 이상용’을 끝내고 4월11일부터 신작으로 독자와 만난다. 제목은 ‘GM : 드래프트의 날’이다. GM은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의 약자로 구단의 단장을 의미한다. 최 작가는 2007년도부터 2013년 1월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GM을 연재했다.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구단의 치열한 경쟁을 그린 작품으로, 야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동아에 새롭게 연재하는 ‘GM : 드래프트의 날’은 GM의 시즌2 성격의 작품이다.


극화를 이렇게 오래 연재한 건 처음
이상용 출연 캐릭터 GM2에도 등장
실제 선수 모델? 눈치 못 채게 섞죠



-마무리 투수 ‘클로저 이상용’이 드디어 지면에서도 마무리를 할 시간이 왔다.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감회가 깊을 것 같다.

“2013년 4월8일에 1회가 시작됐는데 공교롭게도 4월8일에 막을 내리게 됐다. 3년이나 큰 사랑을 받았다. 감사할 뿐이다. 클로저 이상용은 내게도 꿈과 같은 만화였다. 끝나간다니 기분이 묘하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만화를 오래 그려 왔지만 개인적으로 극화를 3년간 연재한 것은 처음이다.”


-“야구 연재만화는 실패한다”라는 불문율을 깬 만화가 클로저 이상용이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틀만 야구만화이고 사실은 연애만화라든지, 그런 식으로 푼 작품은 많았다. 이상용은 야구로 정면승부를 한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돌아가지 않고 돌직구를 던진 것이.”


-꽤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았음에도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나름 노하우가 있다. ‘이건 독자들이 모르겠지’하고 설명을 한 만화는 오히려 외면을 당하더라. 설명은 재미가 없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따라와 줄 것이다’하고 그렸다. 독자를 믿은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7월에 가족 개그만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으로 처음 스포츠동아와 인연을 맺었다. 4년 가까이 독자들과 함께 해 왔다.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 스포츠동아 독자들이 나와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 악플도 거의 없었다(웃음). 스포츠동아가 창간 8주년이다. 그 절반의 세월을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영광이다.”


-새로 연재가 시작되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GM : 드래프트의 날(이하 GM2)’은 어떤 작품인가.


“네이버에 꽤 긴 기간 동안 연재했던 GM의 후속작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나의 첫 번째 극화였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게 그렸다. 연재주기가 들쑥날쑥해 독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2013년 1월에 마지막 회를 그렸는데, 확인해 보니 그 전 회가 2012년 1월이더라(웃음).”


-클로저 이상용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GM 시즌1(이하 GM 1)의 마지막 회가 지금 이상용이 뛰고 있는 시즌이다. GM1에서 다룬 대부분의 스토리는 좀 더 오래 된 이야기다. 이번에 연재하는 GM2는 2015 마지막 한국시리즈로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간다. 2008년이나 2009년도 시즌쯤 될 것 같다.”


-클로저 이상용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GM2에도 나오나.

“그렇다. 이상용에 출연했던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예를 들어 트로쟌스의 이현이다. 이현을 획득하기 위해 여러 팀이 벌이는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클로저 이상용을 본 독자라면 이미 이현이 트로쟌스로 갈 것을 알고 있지 않나.

“맞다. 하지만 이현이 트로쟌스로 간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이현을 뽑기 위해 단장과 스카우트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전문적으로 움직이는지가 GM2의 핵심이다.”


-구단의 속 깊은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취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취재는 이미 거의 다 되어 있다.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분들이 계시다. 7∼8개월 전부터 취재를 해왔다. 이상용을 그리는 동안 GM을 제대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GM1보다 GM2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당연히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GM1은 처음 도전한 극화라 실수와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상용을 그리면서 나 자신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시행착오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작품을 그릴 때는 스토리를 정해놓고 가지 않나. A지점에서 시작해서 B까지 가겠다고. 그런데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마구잡이로 우겨넣었던 거다. 그게 나중에 가서는 수습이 안 되더라. 자제를 하지 못했다.”


-야구선수가 아닌 프런트, 스태프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는 어디에 있을까.

“등장 캐릭터들의 직업은 야구팬들이 궁금해 하는 직업이다. 우리나라는 덜 한 편이지만 여하튼 사람을 관리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스타가 아니지만 주변은 연봉이 수 십억 원씩 되는 스타들로 가득 차 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삼국지로 치면 관우, 장비, 여포, 조자룡 같은 무인들이 아닌 제갈량, 방통, 사마중달 같은 전략가들의 이야기다.”

‘GM : 드래프트의 날’ 의 주요 캐릭터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스토리는 어떻게 짜나.

“일단 스토리는 계속 생각한다. 걸어 다니면서도 생각하고 TV를 보면서도 생각하고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한다. 그걸 나중에 연습장 같은 곳에다 한 번에 정리한다. A는 이리 보내고 B는 저리 보내고, 게임은 여기서 1점이 나고 저기서 2점이 나고 하는 식이다. 그리기 전에 이 작업을 미리 다 해놔야 한다. 나는 일주일 단위로 이 작업을 한다. 독자들이 보는 만화의 스토리는 전 주에 완벽하게 나와 있다. 그림은 프로세스가 단순하고 정확하다. 하루 치 분량을 그리는 데에 정확히 6시간이 든다.”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진짜 괴롭다. 방법이 없다. 그림 그릴 때는 몇 페이지는 몇 시까지 그린다는 게 딱딱 나오지만 스토리는 그렇지 않다. 안 나오면 하루도 가고 이틀도 간다. 멍하니 있다가 보면 두 시간 세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그래도 안 떠오르면.

“타협책을 생각한다. 일단 여기는 이렇게 무마를 시키고, 다음 얘기는 내일 생각해보자 하는 식이다(웃음).”


-클로저 이상용을 연재할 때는 팬들 사이에서 “저 인물은 선수 누구누구 같다”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GM2에서도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할 것인가.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독자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실제 모델의 특징을 한 캐릭터에 섞어 넣는다. 너무 똑같이 그리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알만한 인물을 그대로 썼다고 해보자. 그 캐릭터가 악역으로 나올 수도 있다. 술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거나 한다면 팬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대부분은 눈치를 채지 못하게 섞어서 캐릭터를 만든다. 좌타자를 우타자로 만든다든지, 얼굴은 닮아도 성격은 다른 인물의 것을 가져온다든지.”


-여담이지만 이상용 독자들 사이에서 “최훈 작가는 여자를 잘 못 그린다” 내지는 “여자 캐릭터 얼굴이 다 똑같다”는 말이 있었다.

“하하!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면 ‘최훈은 여자를 잘 그린다’는 평이 더 많다. 이상용은 오로지 야구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여자 캐릭터의 등장빈도수나 매력이 다소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기자 : GM2에서는 어떨까) 여자 단장도 등장한다. 이미 이상용에도 잠깐 나왔었다.”


-GM2의 연재기간은 얼마나 잡고 있나.

“현재 구상으로는 이상용보다 짧을 것 같다. 2년 정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독자들께서 열렬히 애독해주시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웃음). GM2는 GM1 때보다 분명 발전되어 있는 최훈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보다 원활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다해 제대로 그려보겠다. 기대해주시고, 애독해 주시라.”

용인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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