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후크’ 반대말 류중일 “믿음은 1승보다 중요”

입력 2016-05-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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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논란은 한화의 선발투수 조기 강판, 퀵 후크(quick hook)다. 사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기 전인 2014년까지는 야구 마니아들에게도 생소한 용어였다.

1980년대 초반 토리 라루사 감독에 의해 1이닝 전문 마무리와 투수 분업화가 뿌리를 내리고 급속히 전파된 이후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도 대량실점 없는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책임져야한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의 선발투수 조기 교체에 대해 ‘선발이 약하고 불펜 전력이 보강된 팀의 전력 극대화’라는 시선과 ‘무리한 투수운용’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있었다. 올해는 퀵 후크의 빈도가 늘어나고 성적까지 좋지 않자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그라운드에서 판단은 감독의 몫이며 고유 권한이다. 분명 한화는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강한 팀이다. 올 시즌 개막 전에는 우승 후보로도 꼽혔던 팀이다. 지난해 개막부터 11일까지 한화가 치른 175경기에서 선발투수는 770이닝, 불펜은 783.2이닝을 던졌다. 특정 기간이 아닌 한 팀의 한 시즌 이상 누적기록인데 선발보다 불펜이 던진 이닝이 많은 것은 현대야구에서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 기간 한화 선발진의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1.59로 불펜의 1.63보다 좋았다.

삼성은 올 시즌 전력변화 속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2011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막강한 불펜으로 리그를 지배했었다. 그 중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있었던 2011~2013년은 더 강렬했다. 그러나 삼성은 2011년부터 11일까지 류중일 감독이 지휘한 698경기에서 선발이 4027.2이닝, 불펜이 2204.1이닝을 던졌다. 선발은 한 경기 평균 약 5.2이닝을 던졌다. WHIP는 선발 1.37, 불펜 1.30이었다.

이 기간 류 감독은 선발투수가 승리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5회가 끝나기 전 교체한 것이 단 2번뿐이다. 본인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8일 인천 SK전 정현욱(현 LG)과 10일 잠실 LG전 김기태가 앞서고 있던 5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교체됐다.

류 감독은 “5회는 타자가 투수와 3번째 상대하고 상위타선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슬아슬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승리투수 요건을 앞두고 바꾼 건 2번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투수라면 어떤 마음일까 생각했다. ‘감독이 날 믿지 못하는 구나’이런 생각이 들면 길고 긴, 남은 시즌 내내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믿음은 1승보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혹여 그날 경기를 패해도 다음 경기에 그 믿음을 바탕으로 더 잘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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