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8회초를 앞두고 SK 선발 메릴 켈리가 돌연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하고 강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심판진이 투수교체에 관해 양해를 해주지 않으면서 켈리는 그대로 던져야 했고, 대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와 SK의 맞대결이 벌어진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8회초 한화 공격에 앞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SK가 4-3으로 1점 앞선 상황. 선발투수 메릴 켈리가 연습투구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교체를 요청했다. SK 김원형 투수코치와 통역, 박종철 구심을 비롯한 4심이 마운드에 모였다. 결정이 늦어지자 켈리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구심이 한화 김성근 감독과 SK 김용희 감독을 찾아 상황을 설명했다. SK 야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켈리는 답답했는지 계속해서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결국 오후 8시50분, 심판진은 투수교체 불가를 선언했다. 오후 8시42분 중단됐던 경기가 8분 뒤 재개됐다. 켈리는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상체 위주의 투구를 하다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고 문광은과 교체됐다. 이후 한화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 송광민의 홈런 3방 등으로 무려 11점이 났다. 경기 흐름이 확 바뀌었다.
문제는 규칙의 적용이다. KBO야구규칙 3조5항D에 따르면,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단, 그 타자의 대타가 나온 경우 또는 그 투수가 부상 혹은 부상에 의해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켈리는 파울라인을 넘어섰고, 선두타자 이용규를 상대하기 전이었다.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한 건 그 뒤다.
또 다른 문제는 ‘상대 감독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규칙이 없다는 데 있다. 경기 후 만난 박종철 구심은 “켈리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를 호소했다”며 “1점차 승부에서 규칙대로 가야 하는데,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는 교체를 허용할 수 없었다. 햄스트링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상이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이 김성근 감독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한 건 모호한 상황에서 재량을 발휘한 것이다. 김성근 감독과 김용희 감독도 상황을 받아들였다. 켈리는 규칙대로 이용규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이건 (감독과) 합의할 상황이 아니지 않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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