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의 결심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적극적인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작한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문가 상담이 중독구제 첫 관문
벗어나려는 의지 갖고 도움 요청
상담자 개인정보도 철저하게 보안
스마트폰 터치 한 번,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불법 스포츠도박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는 세상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윤택한 삶을 위해 활용하지 못하고 악용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도박은 결과에 따라 돈이 오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중독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 번 맛들이면 끊기란 절대 쉽지 않다. 혼자서도 불가능해 주변에 도움을 적극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품을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내뻗는 유혹의 손길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빠져들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도박 경험자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각 능력이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행동의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재미삼아 손을 댔다고 하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 “돈 잃었다고 피해자? 범법자!”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도박 경험자들은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일확천금에 대한 욕망이다. 우연찮게 돈을 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바로 그때부터 중독에 빠져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게 된다.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스스로 여긴다. 실수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했고, 단 한 번 돈을 걸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범법행위다. 스포츠 중계사이트 운영자는 물론이며 홍보자도 모두 처벌을 받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수사기획팀 박찬엽 경감은 “일각에서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만 불법행위를 한다고 인식하지만 행위자도 당연히 처벌 받는다”며 “아예 접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접근이 쉽고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경고했다.
● “차츰차츰? 단칼에 끊어야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도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도박의 늪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강웅구 교수는 “도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강 교수는 인터넷이 불가능한 피처폰 사용을 제안하며 “도박에 접근할 수 없는, 벌어질 수 없는 환경에서 당분간 생활하길 권유한다”며 “단칼에 끊겠다는 마음으로 모질게 각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상황이 심각할 경우에는 충동성을 낮추는 약물치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몇 년 사이 스포츠선수들이 나서서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도박이라고 인지하기보다 투자라는 심리가 작용한다”면서 그 위험성을 설명했다.
● “가족, 친구, 기관 적극 활용!”
아무리 굳은 의지를 지닌 사람이라도 혼자의 힘으로 불법 스포츠도박에서 손을 뗄 수 없다. 하지만 유혹은 손만 뻗어도 닿는 곳,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널려 있고, 사이트 주소가 적힌 스팸 문자메시지를 받기라도 하면 이겨내려 했던 의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동시에 주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이에 가담한 사실을 주위에 알려 함께 위기를 이겨낼 필요가 있다. “도와 달라”는 말 한 마디가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안상일 홍보사업과 과장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고통을 토로하면서 공감을 하다보면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다”며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상담이 구제의 첫 관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안 과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책감, 주변의 편견과 시선을 부담스럽게 여긴다”면서 “상담 자체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있다”며 적극적인 상담을 권했다. 안 과장은 “상담자의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고 해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상담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료로 최장 2년 동안 불법 스포츠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김연수 상담재활과 과장은 “중도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알렸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