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과 양상문, PO는 뚝심 시리즈?

입력 2016-10-2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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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LG와 NC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은 많은 걸 남긴 경기였다. 경기 초반부터 볼넷을 남발하며 4사구와 관련된 포스트시즌 최다 기록이 쏟아졌고, 번번이 만루 찬스를 날리며 최다 잔루 기록까지 작성했다.

NC 김경문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은 이날 벤치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 감독은 팀 사정상 불가피하게 선발등판시킨 고졸 4년차 우완 장현식이 1회부터 볼넷을 남발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장현식이 1회 기록한 PS 역대 3번째 한 이닝 4볼넷은 김 감독에게 낯선 장면은 아니었다. 김 감독이 두산을 이끌던 2008년, 삼성과의 PO 2차전에서 두산 맷 랜들이 4회, 포스트시즌 최초로 이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장현식의 조기강판(1.1이닝)에도 NC 투수들은 선전했다. 그러나 장현식(5개)에 이어 최금강(4개)도 볼넷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임창민(2개)과 원종현(1개)도 볼넷이 있었고, 이민호는 볼넷 대신 몸에 맞는 볼 3개로 간담을 서늘케 했다. 연장 11회말에는 바뀐 투수 김진성이 볼넷으로 이닝을 시작하며 끝내기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한 김 감독은 중심타선의 침묵에도 끝까지 이들을 밀어붙였다. 교체가 이뤄진 건 8번과 9번 타순밖에 없었다. 안타 1개가 있었지만 9회와 11회 찬스를 놓친 2번타자 이종욱은 물론, 나성범(6타수 무안타)~에릭 테임즈(5타수 무안타)~이호준(4타수 무안타)까지 3~5번에 변화는 없었다.

사실 NC는 정규시즌부터 강력한 중심타선이 가장 큰 무기였다. 테임즈의 출장정지 징계 같은 변수가 없다면,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 이호준이나 박석민이 출루했을 때 대주자를 쓰는 정도다.

3차전까지 테임즈(7타수 무안타) 나성범(13타수 1안타) 이종욱(8타수 1안타) 박석민(7타수 1안타) 등 주요 타자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이들을 믿고 있다. 현 전력이 ‘베스트’인데다 1차전에서 테임즈 대신 4번타자로 낸 권희동마저 9회까지 교체하지 않는 등 특유의 ‘뚝심’을 유지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도 비슷한 야구를 펼치고 있다. 상대 투수나 데이터에 따라 선발 라인업을 바꾸기도 하지만, 박용택~루이스 히메네스~오지환~채은성의 3~6번 중심타선은 굳건하다. 3차전에서 양 감독은 벤치의 개입을 줄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채은성은 4차례 만루 찬스에서 1회 밀어내기 볼넷 1개를 얻는데 그쳤고,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박용택이 4타수 무안타, 9번으로 이동한 김용의는 5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양 감독은 선수들을 감쌌다. “상대가 좋은 플레이를 했다. 잘 맞은 타구도 NC의 수비에 걸렸다”는 게 이유다. 양 감독 역시 이러한 뚝심으로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성공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른 고민이 있다. 현재 주전들을 뛰어넘을 만한 백업선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LG엔 대타 카드가 서상우와 정성훈 정도밖에 없다. 벤치가 적극적인 용병술을 펼칠 기회가 없다. 연장 11회 대타로 끝내기 안타를 날린 양석환 역시 그동안 선발출장하다 이날은 벤치에 앉은 케이스였다.

감독의 성향, 그리고 냉정한 현실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NC와 LG 모두 포스트시즌을 통해 ‘미래’를 얻고 있다. 성장을 위해선 믿음이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두 감독의 ‘뚝심 야구’에는 팀 사정이나 평소 스타일, 육성철학 등 많은 요소가 녹아있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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