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 이병규(9)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병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LG는 이날 오전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둔 24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이병규(42)가 은퇴를 선언한 25일 잠실구장. ‘현역’ 신분을 벗는 만큼 모습도 달랐다. 줄무늬 유니폼 대신 검은색 정장이 그를 감쌌고, 글러브 대신 은퇴사를 담은 스마트폰 하나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다름없던 장면도 있었다. 그의 시선이었다. 잠실벌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기자회견장에 홀로 선 이병규는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구장 한편을 잠시 바라봤다. 현역시절 자신의 모습이 비췄을까. 그는 쉽사리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회상에 젖었다.
인터뷰에서도 복잡한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 이병규는 올해 2군에서 머물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여기(잠실구장)만 생각하며 버텼다”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과 마지막 만남이었던 올 시즌 최종전(10월8일)을 두고는 “더 이상 여기 설 수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잠실벌 함성을 또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감정을 전했다.
은퇴 결심이 쉽게 서지 않을 만큼 눈부셨던 20년이었다. 이병규는 199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지명을 받은 뒤 팬들 앞에 섰다. 신인 첫해 126경기 타율 0.305, 7홈런, 69타점, 82득점 맹활약으로 신인왕과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적토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병규(9). 스포츠동아DB
이후부턴 LG 타선의 중심을 책임지며 KBO리그를 호령했다. 특히 타격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터무니없는 볼도 안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배드볼 히터’라는 별명도 추가시켰다. 타격왕 2회, 최다안타왕 4회 등 각종 상을 휩쓸었고, 건실한 외야수비를 곁들여 골든글러브 7회(외야수 6회, 지명타자 1회) 수상이라는 대기록도 남겼다.
잠시 외도도 있었다. 이병규는 2007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건너가 한국에서의 명성을 열도까지 전파했다. 3년간 부침도 겪었지만 이적 첫해 팀의 재팬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프로 생애 첫 우승의 감격도 맞이했다.
2010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적토마의 위용은 그대로였다. 36살 노장에 접어드는 시기임에도 정교한 타격은 전성기 시절 모습과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2014년 62경기 출장, 지난해 54경기 출장에서 알 수 있듯 베테랑도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했다. 팀의 세대교체 바람은 적토마를 빗겨가지 않았고, 결국 그는 올 시즌 단 한 타석에만 들어선 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물론 팬들과 영원히 작별하는 것은 아니다. 이병규는 “그동안 배웠던 점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다시금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여지를 함께 남겼다.
● LG 이병규
▲생년월일=1974년 10월 25일
▲출신교=청구초~서대문중~장충고
▲키·몸무게=185㎝·85㎏(우투우타)
▲프로 입단=1997년 LG 입단(1997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
▲프로 경력=LG(1997년)~일본 주니치(2006~2009년)~LG(2010년~2016년)
▲통산 성적=1741경기 6571타수 2043안타, 타율 0.311,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
▲수상 내역=1997년 신인상, 1997·1999·2000·2001·2004·2005 외야수 골든글러브, 2013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2005·2013 타격왕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