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수염 복서’ 버나드 홉킨스, 28년 복싱인생과 작별

입력 2016-12-18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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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홉킨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버나드 홉킨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다소 허망한 마무리였다. 그러나 팬들은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전설을 떠나보내는 날, 승패는 중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복싱계 살아있는 전설 버나드 홉킨스(51·미국)가 정든 링과 작별을 고했다. 홉킨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더포럼에서 은퇴경기(WBC인터내셔널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를 치르고 28년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자신보다 24세 어린 조 스미스 주니어(27·미국)를 상대하며 선전했지만, 8라운드에서 연타를 허용하고 링 밖으로 떨어진 뒤 카운트 패배를 당했다.

영화와 같은 삶이었다. 홉킨스는 청소년 시절을 필라델피아 뒷골목에서 보냈다. 각종 비행을 일삼으며 어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17세에는 강도 혐의로 18년 형을 선고받아 젊은 시절마저 감옥에서 보낼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홉킨스는 교도소에서 복싱을 접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이후 1988년 감형을 받고 창살 밖으로 나온 뒤로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1988년 10월 프로복싱에 데뷔한 홉킨스는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1993년 미들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이후 2005년 7월까지 무패행진을 기록하는 등 왕좌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미들급은 물론 라이트 헤비급에서도 챔피언은 늘 그의 몫이었다. 은퇴경기 전까지 통산성적은 55승(32KO)7패2무. 단 한번도 KO패와 TKO패를 당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무릎을 꿇은 적이 없었다.

은퇴전은 홉킨스가 치른 2년만의 경기였다. 2014년 마흔아홉의 나이로 챔피언에 오른 뒤 50대로서 치른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은퇴전이었다.

얼굴 주위의 흰 수염이 말해주듯 세월은 야속했다. 홉킨스는 코너에 몰린 채 스미스의 펀치를 연이어 허용했고, 결국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링 밖으로 떨어졌다. 규정상 20초 이내에 링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홉킨스는 끝내 복귀하지 못해 TKO패로 경기를 내줬다. 그러나 관중들은 전설의 퇴장을 위로하며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을 뒤로한 채 홉킨스는 28년 현역인생을 마무리 지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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