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해 삼성과의 홈경기를 준비중인 롯데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신 회장이 주장 최준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삼성-롯데전이 열린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날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신 회장은 부산지역 학생 취업상담 담당자들과 만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신 회장의 사직구장 전격 방문은 “적극적 투자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지원하겠다”는 발언이 전해진 지 11일 만에 이뤄졌다. 신동인 구단주대행이 사퇴한 지난달 31일 그룹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고, 신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롯데도 승승장구했다. 3연패에 빠져있던 롯데는 이튿날부터 6연승(1무승부 포함)을 내달렸고, 순위를 8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렸다. 10일까지 9월 성적 7승1무1패의 압도적 성적으로 5위 싸움에 불을 지폈다.
공교롭게도 적극적 투자 약속과 맞물려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 신 회장의 야구장 방문은 ‘화룡점정’이었다. 신 회장이 사직구장을 방문한 건 2013년 3월 30일 한화와의 시즌 개막전이 마지막이었다. 2년 반 만에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신 회장은 2009년 8월 7일 사직 삼성전과 2011년 10월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도 직접 관전한 바 있다.
오후 6시쯤 사직구장에 도착한 신 회장은 가장 먼저 오는 14일 4주기를 맞는 고 최동원 선수의 동상에 헌화를 하고 묵념을 했다. 신 회장은 “부산 야구의 상징인 최동원 선수를 잘 알고 있고 존경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최동원 선수의 열정을 본받아서 부산 시민과 팬들의 성원을 항상 기억하고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롯데 야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레전드에 대한 예우. 이는 등 돌린 팬심, 더 나아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성난 민심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선 이날, 사직구장 방문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사직구장 내 박물관과 자이언츠샵, 선수단 클럽하우스 등 시설을 둘러보고 덕아웃을 찾았다. 이종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일일이 격려하고 악수를 나눈 뒤 “최근 경기를 지켜보니 타선도 살아나고 투수진도 안정을 찾아 기쁘다. 지금 5위 경쟁이 치열한데, 롯데 자이언츠를 믿어주시는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흔히 ‘회장님’의 방문은 선수단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곤 한다. 이날도 롯데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의지를 불태웠다. 신 회장도 스카이박스에서 그룹 관계자들과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그는 구단 관계자들에게 “우리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부산시민과 모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구도 부산의 자부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 오너들의 ‘야구장 나들이’는 최근 들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롯데와 함께 5강 싸움에 한창인 한화도 김승연 회장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한 지난달 21일 kt전에서 8-3으로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화는 7연패에 빠져있었으나, 김 회장이 방문한 날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에는 두산과의 원정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3년 만에 방문하기도 했다.
한때 프로야구는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5위 싸움을 펼치는 두 팀, 롯데와 한화는 ‘회장님’들의 관심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두 팀은 12일과 13일 사직구장에서 운명의 2연전을 치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