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지옥’ 삼성라이온즈파크 펜스 높인다

입력 2016-01-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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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8각형 구조로 건설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에서 외야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짧고, 파울지역이 좁아 타자친화적인 야구장이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대구시

국내 최초 8각형 구조로 건설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에서 외야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짧고, 파울지역이 좁아 타자친화적인 야구장이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대구시

■ 내달 완공 앞두고 일부 수정 돌입

국내 첫 8각형 구조…펜스까지 거리 짧아
타자친화적 구장 되레 홈팀 삼성에 불리
삼성 코치진 요청에 대구시와 논의 중


‘투수지옥’을 예고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 이전에 변신을 택했다. 삼성 코칭스태프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새 홈구장이 현 계획대로 개장해 새 시즌을 맞을 경우 ‘홈런공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류 감독은 6일 “지난 연말에 실측을 해보니 라이온즈파크의 홈에서 외야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지금의 대구구장과 비교해 6m 정도 짧더라. 팔각형 구조의 야구장이기 때문에 외야 펜스가 타원이 아닌 직선이라 타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홈런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특히 파울지역도 매우 좁아 타자친화적인 구장이 될 것 같다. 홈런에 대한 부분을 검토했고, 펜스를 더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온즈파크는 2월 25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펜스와 관중석 설치는 아직 진행 중이다. 펜스는 약 3m 높이로 계획돼 기존 대구구장의 3.1m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홈에서부터 거리가 약 107m인 좌·우중간 펜스를 더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대구시와 구단도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2년 연속 팀 타율 3할에 빛나는 삼성은 공격력이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각각 48개와 26개의 홈런을 기록한 야마이코 나바로(일본 지바롯데와 협상 중)와 박석민(NC)이 건재했던 지난해에도 삼성에게 홈런은 환호보다 공포의 순간일 때가 더 많았다. 삼성의 지난해 팀 홈런은 176개로 전체 3위였다. 그러나 피홈런은 이보다 많은 182개로 전체 1위였다.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중앙 120m, 좌·우 99m인 대구구장에서도 76개를 치고 90개를 내줘 손실이 더 컸다.

삼성은 스토브리그 들어 홈런타자 2명을 떠나보냈고, 마무리투수 임창용도 방출했다. 윤성환과 안지만의 거취도 아직 불투명하다. 결국 지난 시즌에 비해 장타력과 투수력 모두 뒷걸음질을 한 상태다. 따라서 기존 대구구장보다 더 타자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에선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개장 이전 변신’이라는 빠른 대응을 택했다. 류 감독은 “펜스를 높여도 거리가 짧기 때문에 맞고 튀어나오는 타구가 많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최대한 한 베이스를 더 막는 수비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야구는 여러 스포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구장의 특성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다. 그 영향으로 다양한 개성을 갖춘 구장이 곳곳에 등장했고, 야구만의 특별한 즐거움을 안겼다. 베이브 루스를 위해 1923년 개장한 양키스타디움은 우측 90m, 좌중간 140m로 설계돼 좌타자에게 극도로 유리한 구장이었다. 한국프로야구도 김성근 감독이 태평양 시절 인천 도원구장의 펜스를 높인 적이 있다. 김응룡 감독도 2013년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펜스 높이를 조절하는 수준이 아니라 뒤로 8m나 밀어내는 대공사를 주문한 바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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