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장년층 남성을 두고 ‘아재’와 ‘개저씨’란 표현이 통용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큰 공감을 얻었던 tvN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위쪽사진)은 전형적인 ‘꼰대’인 동시에 ‘개저씨’이지만, 이성민이 연기한 오차장(아래)은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춘 ‘아재’에 가깝다. 사진제공|tvN
‘아재’는 수평적 협력·소통 추구
‘좋아하다’·‘사랑’·‘웃음’ VS ‘성희롱 성추행’·‘꼰대’·‘회식’.
당신이 중년의 남성이라면 주위에선 당신을 어떤 이미지로 바라보길 원하는가. 단연 전자일 터이다. 그렇다면 현실 속 모습도 정말 그럴까.
위 두 항목은 최근 ‘아저씨’ 혹은 중장년층 남성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는 ‘아재’와 ‘개저씨’의 이미지다. ‘설마’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직시하라. 최근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올해 5월17일까지 SNS상 ‘아재’와 ‘개저씨’의 언급량 변화와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못 믿겠다면 다음의 수치는 어떤가. 2011년 1만8390회 언급된 ‘아재’는 지난해 48만3186회로 26배나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이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저씨’도 2011년 159회에서 지난해 7만6766회나 언급됐다. 이만한 수치만으로 당신들이 처한 현실은 그렇다고 인정해야 한다.
‘개저씨’는 ‘개’(멍멍이)와 ‘아저씨’를 합친 단어로 ‘개념 없는 아저씨’라는 뜻으로 통한다. 비하와 조롱의 의미임은 물론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는 기존의 ‘꼰대’와도 닮았지만 또 다른 뉘앙스로 쓰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저씨는 꼰대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꼰대는 가부장제에서 자신의 가치관이 옳은 것인양 강요하는 캐릭터로서 조직안의 상급자나 아버지 혹은 그 연배의 사람을 지칭했다”면서 “‘개저씨’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일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형태의 캐릭터를 통칭한다”고 말했다.
2014년 화제를 모은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의 손종학이 연기한 마부장은 전형적인 ‘꼰대’인 동시에 ‘개저씨’다. 그는 “여자가 무슨”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아랫사람은 물론 여성의 의견을 깔아뭉개기 일쑤지만 그것이 자신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반면 아재는 ‘개저씨’와 달리 “수평적인 협력을 구하며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췄다. ‘아재개그’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평론가는 “과거 사장님이나 부장님 개그는 웃음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아재개그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여기며 동의를 구하는 귀여운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아저씨를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일 수 있다. 그만큼 지칭하는 단어와 그 의미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다만, ‘개저씨’가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힘내시라!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