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장영남의 눈물…“저는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어요!”

입력 2017-05-31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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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장영남은 1995년 극단 목화에 들어가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그의 엉뚱한 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영남은 “중학생 때 학교를 가는데 길 건너 지나가는 계원예술고등학교의 통학버스가 참 멋졌다”며 “저기서 공부를 하면 뭔가 더 자유로울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침 어머니 친구의 딸이 그 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무작정 그곳을 지원을 하게 됐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참 신기하죠.”

이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지원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극단에 들어가고 싶었다. 방송국 시험을 봐도 되는데 그 때는 연극이 마냥 좋았다. 학교에서 몇 번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었다. 그 경험이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며 “연극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이후 연이 닿아 방송도 하고 영화도 하게 됐다. 연기를 위해 살지는 않았지만, 연기는 꼭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것 같아요.(웃음) 작품 하나를 올리기 위해 의상, 소품, 그리고 청소까지 단원들이 직접 해야 했어요. 작업이 넘쳐나요. 극단 선생님께서 매일 공연을 모니터 하고 더 필요한 것들을 적어 주세요. 그러면 또 저희는 소품을 만들고 무대를 바꿔요. 막 내리기 전까지 끊임없이 일을 한 것 같아요. 정말 공연 10분 전까지 청소를 하고 소품을 만들어야 해요. 가끔 즉석으로 대사가 바뀌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청소를 하면서 외우죠. 쉴 시간이 없어요. 이런 극단 생활을 8년 정도 했는데 쉰 날이 60일이 채 안 됐을 거예요. 그래도 그 때가 정말 좋았죠.”

그는 극단 생활을 하며 ‘웰컴 투 동막골’, ‘프루프’, ‘햄릿’, ‘택시 드리벌’, ‘서툰사람들’ 등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그러면서 영역을 점점 넓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영화 ‘아는 여자’, ‘헬로우 고스트’, ‘이웃사람’, ‘늑대소년’, ‘공정사회’, ‘친구2’, ‘국제시장’, ‘눈길’, ‘극비수사’, ‘해어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드라마 ‘해를 품은 달’, ‘7급 공무원’, ‘결혼의 여신’, ‘여왕의 꽃’, ‘화려한 유혹’, ‘역도요정 김복주’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됐고, 이젠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힘들 때도 있었다. 극단 생활을 하며 겪은 경제적 어려움은 조금씩 해소됐지만, 다른 고민들이 그를 괴롭혔다. 장영남은 “1~2년 전에 이런 위기가 다시 찾아 왔다. 젊었을 때는 잘 넘겼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 슬럼프가 자연스럽게 넘어가질 않더라”고 말했다.

“제가 하는 모든 연기가 잘못된 것 같았어요. 계속 오답을 내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대사를 할 때 괜히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극복 중인데 어느 순간 돌부리에 걸린 것처럼 ‘덜컥’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이걸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제가 감당해야 하는 숙제죠. 정말 버거워요. 아이를 키우느라 혼자서 정리할 시간도 부족해요. 그렇게 고민이 축적되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게 돼죠. 답답해요.”

장영남은 끝내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늘 말과 함께 눈물을 보였다. 휴지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는 “아이고~창피해라. (우는 모습을)잊어 달라”며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연기를 잘 한다고 말하는 거는 그렇고. 연기를 하다 보면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때는 내 연기에 만족했을 때죠. 연기자는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과 만족감을 전달하는 사람이잖아요. 또 그 분들의 만족감이 결과가 되고 그 만족감이 저희의 만족, 행복이 되죠. 하지만 저희도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일에 만족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내 연기에 확신이 드는 기분, 그럴 때 행복해져요. 이런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는 ‘자존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못 먹어도 고’ 정신이 필요해요.(웃음)”

마지막으로 장영남에게 어떤 배우로 살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답했다.

“사람답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별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제게 배우는 직업이고 좋아하는 일이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일이 배우잖아요. 사람답게 살아야 그게 잘 보이지 않을까요?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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