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죠.”
29일 오후 5시45분 잠실구장.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지기까지 불과 15분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1루와 3루 쪽 자리는 많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중앙지정석 한 쪽에 앉은 KBO 관계자는 싱글싱글 즐거운 표정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속이 타야할 상황인데 어찌된 일일까.
이유는 올 포스트 시즌부터 달라진 지정좌석제에 있다.
포스트 시즌에는 각 언론사 야구 담당 기자들이 총 출동해 중앙지정석을 기자석으로 대신 이용한다. 이 때문에 지정석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올해는 지정석이 1만여 석 가까이 늘었다. KBO가 1루와 3루 측 일반석 1, 2층을 지정석으로 ‘지정’한 것. 빨간 의자가 놓여있다 해 일명 ‘레드 지정석’인 이 곳은 기존 지정석보다 5000원 싼 2만원을 내야 한다.
“어떻게 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KBO 관계자는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어 “오늘 경기는 3만500석 모두 팔지 않았다. 2만9000석만 팔았다. 가격이 올라간 대신 좀 여유 있게 보라는 배려다”고 말했다.
얼핏 생각하면 일반석을 지정석 값으로 받는 얄팍한 상술로 보일 수 있다. 작년과 변한 건 하나도 없는 똑같은 자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이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관계자는 “작년이면 이 시간에 모두 만석이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리가 비어있는 건 지정석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 맞춰 여유 있게 와서다.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번잡함이 덜할 거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좌석은 단계적으로 들어찼다. 지난 포스트 시즌과는 분명 달라진 양상이다.
이날 KBO는 2만9000석 매진으로 49억3200만원의 입장 수입을 올렸다. KBO의 새로운 ‘사업 전략’이 자신들에게만 이로울지 아니면 관중들까지 만족시킬지, 시리즈가 계속되면 ‘답’은 나올 듯 하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