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이용규 사인 좀 받아줘요”…조범현 감독의 굴욕

입력 2009-10-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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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7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인터뷰를 마친 기아 조범현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18일 오후 인하대 야구장.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백여명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조범현 감독 아니야?”, “맞는 것 같아!” 순간 “감독님 아니 선배님 사랑해요”, “꼭 우승하세요!”라는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KIA선수단은 17일 2차전 직후 광주에서 인천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 인하대 야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일요일이지만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있었고 KIA가 훈련한다는 소문을 듣고 야구장을 찾은 것. 특히 인하대 학생들은 이 학교 출신으로 78학번 선배인 조 감독의 이름을 환호하며 연습 내내 야구장을 지켰다.

조 감독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훈련 내내 사인과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후배들에 둘러싸여 “공부 열심히 하고 내일 응원도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조 감독은 “30연년 전 여기 야구장을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오랜만에 모교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후배들이 응원하면서 기를 팍팍 불어넣어줬는데 그 기를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얼마후 조 감독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 팬이 나타나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자신을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한 꼬마 야구팬이 조 감독에게 달려와 “저기요, 제가 숙제를 해야 해서 정말 바쁘거든요. 그러니까 이용규 선수 사인 좀 빨리 받아주세요”라며 해맑게 웃은 것. 조 감독은 천진난만한 꼬마 야구팬의 모습에 즐거워하며 트레이너를 불러 이용규의 사인을 직접 챙겨주고는 한바탕 웃고 말았다.

인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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