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 [스포츠동아 DB]
경기장 컨디션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후반 들어 폭설이 내려 그라운드에 눈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게는 장관이었지만 쏟아지는 눈과 싸우며 경기를 치러야 했던 선수들은 시야확보마저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이청용 역시 경기 뒤 “이런 날씨는 처음이다.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블랙번은 악조건 속에서도 니콜라 클라니치, 제이슨 로버츠, 가엘 지베가 연달아 3골을 만들어 냈고, 볼턴은 그렇지 못했다. 오언 코일 감독은 경기 후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수비진들의 문제를 꼽았다.
“수비진의 실수가 랭커셔 더비에서 블랙번에 3골을 선물했다. 게다가 후반 시작하고 중반까지 블랙번에 모든 주도권을 내줬다. 매우 실망스럽다. 3골 모두 허용해선 안 될 장면이다.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블랙번에 더욱 큰 자극제로 작용했다. 우리에게 분명 득점 기회가 있었다.
특히 이청용과 맷 테일러의 슛은 충분히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다”며 코일 감독은 아쉬워했다.
최근 16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국내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함과 동시에 ‘혹사가 아니냐’는 걱정을 사고 있는 이청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출전이 특별히 힘들지는 않지만, 사실 이번에는 다소 힘들었다.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패배를 해 아쉽다. 다른 선수들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리그가 종착점으로 다다르는 가운데 강등권 탈출의 물꼬를 트지 못한 코일 감독은 “우리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경기에 나서야 한다.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라며 여전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블랙번(영국)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