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47) 감독은 11일 대구구장 3루쪽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스프링처럼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LG 박종훈(51) 감독이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한 것.
선 감독은 “날씨도 추운데 제 방으로 가시죠. 대구 커피 한잔 하세요”라며 박 감독을 삼성 감독실로 극진히 모셨다.
이들은 고려대 3년 선후배 사이. 선감독이 1학년 때 박 감독은 하늘 같은 4학년. 박 감독은 “선 감독께서 주시는 대구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감독실에 들어선 뒤로 계급장이 뒤바뀐 듯한 모습. 박 감독은 후배지만 감독 경험이 많은 선 감독에게 줄곧 존댓말을 쓰며 이것저것 자문을 구했다. 선 감독은 황송하다는 듯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의껏 예의를 갖춰 대답을 해나갔다.
박 감독은 야구계에 소문난 젠틀맨. 선 감독 역시 슈퍼스타 출신이지만 예의 바른 인물로 통한다. 박 감독이 “대학 시절 내가 4학년 때 선 감독이 1학년이었지만 감독으로서는 내가 1학년이고 선 감독은 6학년인 셈”이라며 자신을 낮추자 선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 감독이 “요즘 흰 머리가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선 감독은 그제야 감독 선배로서 딱 한마디를 건넸다.
“조금 있으면 머리 더 아프실 겁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