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감독, 쌍둥이 손자와 함께…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단식에 참석한 허 감독은 피곤함도 잊은 듯 마중 나온 쌍둥이 손자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돌아온 허감독 “우리가 얻은 것들”
“세계 수준에 육박 자신감…이젠 기술 완성해야”“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된 무대였습니다.”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허정무(55) 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허 감독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건 우리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세계 수준에도 육박했고,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예의 ‘강성’ 이미지를 버리고 자율과 소통, 긍정의 힘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쓴 허 감독은 한국의 현 주소에 대해 “앞서지도, 그렇다고 뒤지지도 않는 상태”라며 “세계적인 강호들과 맞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허 감독은 기술이 부족하다고 봤다. 허 감독은 여기서 ‘중장기적 플랜’을 거론했다.
“어릴 적부터 플랜을 세워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기술적으로도 완성될 수 있다.”
허 감독은 행복한 순간을 말할 때는 환한 미소가, 아쉬운 순간을 전할 때는 입가가 가볍게 떨렸다. 특히, 기쁨과 고통이 교차했던 우루과이와 16강전 패배를 되새길 때는 여러 차례 “아쉽다”를 반복했다.
“우린 처음 목표한 16강 진출을 이뤘다.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봤고, 그 예상이 적중했다. 난 한 일이 없다. 선수 모두가 수고했다. 그러나 더 올라갈 기회에서 좌절됐다는 게 너무 아쉽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웠다.”
메모 왕, 독서 광. 허 감독의 또 다른 애칭이다. 평소 인터뷰 자리에서도 사자성어를 즐겨 활용했다. 나이지리아전에 앞서 ‘파부침주’로 배수의 진을 친 각오를 전했고, 우루과이전을 앞두고는 ‘결초보은’을 거론해 8강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사자성어를 쓰지 않았다. 그는 “어떤 말이 필요해 주변에 묻기도 했다. 오늘처럼 뜨겁게 환영을 받을 줄은 몰랐다. 다음에 생각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