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Q|가요계 목소리 나눔…콜라보레이션의 세계] 불황 가요계 공생의 길, 목소리를 나눕니다!

입력 2010-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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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소속사의 힘”가수 임정희(오른쪽)는 자신의 미니앨범 ‘진짜일 리 없어’에서 소속사 후배 가수인 2AM의 조권(왼쪽)과 ‘헤어지러 가는 길’을 함께 불렀다. 스포츠동아DB

“이런게 소속사의 힘”
가수 임정희(오른쪽)는 자신의 미니앨범 ‘진짜일 리 없어’에서 소속사 후배 가수인 2AM의 조권(왼쪽)과 ‘헤어지러 가는 길’을 함께 불렀다. 스포츠동아DB

■ 앨범 뉴 트렌드 ‘콜라보레이션’

국내 음악사이트 중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멜론의 13일 자 톱100 차트에는 피처링, 듀엣 등 음악인의 협업(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노래가 모두 26곡이나 올랐다. Mnet ‘슈퍼스타K 2’ 출신의 강승윤이 부르고 래퍼 스윙스가 랩 피처링한 ‘본능적으로’가 5위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그땐 그땐 그땐’(슈프림팀+영준) ‘세이 유 러브 미’(지나+현아) ‘헤어지러 가는 길’(임정희+조권) 등이 멜론 톱100 차트에 오른 콜라보레이션 곡들이다. 이 같은 협업은 2008년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현재는 가요계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큰 대가 없이 피처링을 해주거나 듀엣곡의 파트너가 돼주기도 하고, 방송 무대까지 함께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가요계 불황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멜론 톱100 차트에 오른 곡들은 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우리가 남이가’파

임정희-조권, 산이-민 등…‘한솥밥 하모니’


‘한솥밥’을 먹는 가수들이 전략적으로 의기투합하는 경우는 흔하다.

9월30일 미니앨범 ‘진짜일 리 없어’로 3년 만에 컴백한 임정희는 수록곡 ‘헤어지러 가는 길’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후배인 2AM의 조권과 함께 불렀다. 앨범 발표 보름 앞선 9월15일 공개된 이 노래는 당일 네이버 뮤직, 소리바다, 엠넷닷컴 등 실시간 차트에서 투애니원을 꺾고 1위에 올랐다.

바비킴은 소속사 오스카이엔티 식구이자 힙합집단 ‘무브먼트’의 후배인 더블케이와 함께 부른 ‘너하나만 못해’로 활동 중이다. 7월 데뷔곡 ‘꺼져줄게 잘 살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지나는 10일 발표한 신곡 ‘세이 유 러브 미’에서 소속사 가수인 포미닛의 현아와 함께 했다. 지난 여름 내내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휩쓸었던 ‘밥만 잘먹더라’를 부른 이현과 창민 역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다.

이 밖에 JYP엔터테인먼트 최초의 래퍼로 알려진 산이는 데뷔곡 ‘맛좋은 산’에서 한 식구인 민(미스에이)의 도움을 받았고, 포맨도 ‘미안해’에 소속사 후배 ‘미’를 피처링 가수로 참여시켰다. ‘프라미스 유’를 부른 미스에스와 정슬기, ‘다 컸잖아’를 부른 씨야와 다비치도 각각 브랜뉴스타덤, 코어콘텐츠미디어 동료이다.

‘친구끼리 의리’파

신혜성-에릭, 싸이-이재훈…‘우정의 무대’


‘한솥밥’ 우애만큼이나 평소의 친분과 의리에 따라 협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19일 디지털 싱글 ‘안녕 그리고 안녕’을 발표하는 신혜성은 에릭을 래퍼로 참여시켰다. 에릭에겐 이 싱글이 군복무 후 첫 음악 활동이다. 신화의 동료 멤버인 두 사람의 우정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관계다.

10월28일 미니앨범 ‘폴에이크’를 발표한 에코브릿지는 고교 동창생 나얼과 군대(해군 홍보단) 선임이었던 정엽을 각각 ‘첫째 날’ ‘나랑 가자’에 참여시켰다. 해병대 복무를 마친 가수 이정이 10월26일 발표한 싱글 ‘헤어지는 일’에서는 리쌍이 랩을 맡았다. 이정과 리쌍은 이미 오래된 음악적 친구들이다.

최근 4년 만에 컴백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싸이는 신곡 ‘내 눈에는’에서 쿨 이재훈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가요계에서 소문난 술 친구. 이미 ‘낙원’ ‘벌써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에서 호흡을 맞춰 좋은 성과를 냈던 두 사람의 협업은 이번이 네 번째다.

10월21일 입대 전 마지막 앨범인 3집 ‘주인공’을 발표한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오랜 음악 친구인 LMNOP와 함께 작업했다. 아웃사이더는 2000년대 중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당시 LMNOP를 알게 돼 음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당신은 내 우상’파

성시경, 아이유 지목…‘찍히면 부른다’


평소 두터운 친분은 없었지만 동경의 대상으로 점찍어뒀던 가수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도 잦다.

성시경이 제대 후 처음 발표한 디지털 싱글 ‘그대네요’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9월 말 ‘그대네요’를 발표한 성시경은 듀엣곡 상대로 아이유를 희망했다. 군복무를 하면서 아이유의 등장을 유심히 지켜본 성시경은 “진정성 있게 음악하는 유망주”라며 그를 택했다. 이 노래는 공개와 동시에 멜론, 싸이월드, 몽키3 등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울고, 불고…’를 부른 포맨과 지아도 서로 음악적 동경의 대상이었다. 평소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하고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지 않는 것도 닮아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이들은 한 음반 기획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됐다.


● “가요계 불황이 만든 상부상조 풍토”

소속사 동료 관계든, 친분이든, 가수들의 협업은 한 가수의 음악에 새로운 색깔을 이식할 수 있고, 음악팬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가수들의 조합으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노래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음반 제작자의 경우 이왕이면 이름값이 높은 톱클래스의 음악인을 협업의 대상자로 끌어들여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불황의 가요계에서 공생의 길을 도모하고자 서로 도우려는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아이유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 남궁찬 이사는 “오랜 가요계 불황으로 가수들이 서로 도움을 주려는 움직임이 많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가수들간 피처링도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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