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고지전 변칙상영” 독설

입력 2011-07-14 1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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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기덕 감독. 스포츠동아DB.

“작은 규모의 영화가 불쌍하지도 않나.”

김기덕 감독이 이미 “용서했다”고 밝힌 제자 장훈 감독을 향해 또 다시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장훈 감독을 비롯해 그가 만든 새 영화 ‘고지전’과 이 작품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까지 겨냥했다.

김기덕 감독은 1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0일 대규모 개봉을 준비 중인 전쟁영화 ‘고지전’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장훈 감독과의 ‘갈등 2라운드’를 시작했다.

김기덕 감독은 보도자료에서 “전쟁영화(고지전)가 21일 개봉에서 20일로 당기는 것도 모자라 2~3일 전부터 약 180개 극장에서 2회씩 변칙 상영한다”며 “몇 개 남은 극장을 입소문으로 근근이 버티는 ‘풍산개’를 비롯해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로 당초 장훈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었지만 제작 상황이 바뀌면서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6월23일 개봉했다.

‘풍산개’는 11일까지 전국에서 63만 명의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며 흥행에 힘이 붙은 상황. 하지만 여름 극장가 대목을 앞두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스크린 수가 줄어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고지전’을 비롯해 개봉 첫 주 14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를 거론하며 “스크린을 장악해 수 백 만 명의 관객이 든다고 해도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장훈 감독과 쇼박스를 향해 두 가지의 ‘부탁’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장훈 감독을 향해 “어디선가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을 돌파구 멤버(동료 영화인)들을 다시 모아 저를 대신해 이끌어주고 기회를 주라”고 부탁한 김기덕 감독은 쇼박스에게는 “저예산 영화의 제작지원과 신인 감독을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기덕 감독의 발언에 대해 ‘고지전’ 측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극장가 대목을 앞두고 스크린 수를 정하는 건 감독이나 제작사의 권한이 아닌 배급사의 전략과 의지로 이뤄지는 만큼 선배 감독이 후배 연출자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지전’ 제작 관계자는 “개봉을 앞두고 유료 시사회를 갖는 건 ‘고지전’ 뿐 아니라 여러 영화들이 해왔던 관행”이라며 “스크린 수를 많이 확보한 것도 여름 극장가 대목에 맞춰 매년 벌어진 일이고 ‘퀵’이나 ‘활’ 같은 영화도 비슷한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장훈 감독을 향한 김기덕 감독의 비판의 목소리는 5월 열린 제64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됐다.

김기덕 감독은 각본·제작·주연한 다큐멘터리 ‘아리랑’에서 자신을 떠난 제자 장훈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한국 영화계를 높은 수위로 비난해 둘 사이에 갈등이 세상에 알려졌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아리랑’은 9월 이후 국내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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