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난 막가파 레이서” 슈퍼잠수함 펠프스 잡는다

입력 2011-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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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DB

오늘 자유형 200m 결승 관전포인트

선호하는 6번레인 배정 심리적 부담 덜어
펠프스와 잠영 5m 격차 스트로크로 만회
200m 맞대결 3전4기 첫승리 2관왕 찬스
‘마린보이냐, 펠피쉬(펠프스+fish)냐.’

박태환(22·단국대)이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6·미국)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박태환은 2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 1조에서 1분46초23으로 2위를 차지해 전체 4위로 결선에 올랐다. “1분45초 후반에서 1분46초 초반에 들어오라”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주문을 그대로 실행한 결과였다. 2조 3위(1분46초92)를 기록한 펠프스는 전체 5위로 결선에 합류했다.

볼 코치가 “펠프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언급한 라이언 록티(27·미국) 역시 전체 3위(1분46초11)로 결선에 올랐다. 펠프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1인자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36개의 금메달과 4개의 은메달, 2개의 동메달 등 총 42개의 메달(역대 1위)을 목에 걸었다.


○외신도 펠프스-박태환 주목

3월 FINA 공식잡지인 아쿠아스틱 월드매거진은 2011상하이세계선수권의 각 종목 우승후보를 예상해 특집으로 다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수영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잡지의 높은 적중률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자유형 400m에서도 우승확률 1·2위였던 박태환(67%)과 쑨양(17%)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잡지는 26일 자유형 200m 결선을 펠프스(39%)와 록티(33%), 박태환(17%)의 3파전으로 예측했다. 박태환은 “거기에 끼워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우상이었던 선수들과 겨뤄서 좋을 뿐”이라며 웃었다.


○박태환과 펠프스의 200m 맞대결 역사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펠프스와 맞대결해 이겨본 적이 없다. 결과는 3전3패. 2007멜버른세계선수권과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펠프스가 금메달을 따는 동안 박태환은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다. 당시 펠프스는 2번 모두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다. 2009로마세계선수권 준결선에서도 레이스를 함께 펼쳤지만 박태환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펠프스는 파울 비더만(독일)이 자신의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는 모습을 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펠프스가 절치부심하는 이유다.


○레인 배정은 최상, ‘125∼175m’에서 승부 날 듯

박태환은 24일 자유형 400m 예선에서 7위를 기록해 결선에서 1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본인 스스로도 “아찔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25일 4위로 자유형 200m 결선에 진출한 박태환은 26일 6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다. 6번과 2번은 국제대회에서 박태환이 가장 선호하는 레인이다. 각축전이 치열한 3~5번 레인보다 부담이 적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박태환은 “100m가 지나면 떨어져나가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이후 75m가 중요할 것이다. 125∼175m 지점이 승부구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영의 격차, 스트로크 레이스에서 잡는다! “내 장점은 ‘막가파’ 레이스”

박태환의 오랜 약점은 턴과 돌핀킥으로 이어지는 잠영이다. 반면 펠프스는 세계 수영 역사상 잠영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일본 NHK가 2008년 펠프스의 훈련 장면 등을 찍어 그의 잠영을 과학적으로 집중 분석한 적이 있을 정도다.

잠영은 파도에 의한 저항(조파저항)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더 큰 속력을 낼 수 있지만 체력 소모가 심하다. 펠프스의 경우 돌핀킥은 최대 8회, 잠영거리는 약 13m다. 25일 볼 코치에 따르면 박태환의 돌핀킥은 약 4회, 잠영거리는 약 8m(200m 레이스시)다. 박태환이 돌핀킥과 연관이 깊은 유연성 부분을 집중 향상시키기는 했지만 아직 잠영 부분에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박태환 역시 “스트로크에서는 안 질 자신이 있다. 스트로크 레이스에서 잡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박태환과 펠프스의 스트로크 레이스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잠영에서 차이가 났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피드가 더 좋아졌다. 내 장점은 생각 없이 ‘막가파’처럼 (레이스) 하는 것”이라며 특유의 탄력성을 보여줄 것임을 예고했다.


○펠프스 신경전? 마린보이는 웃지요!

대한수영연맹 정부광 부회장은 “수영 선수들끼리는 레인에 서기 전에도 기 싸움이 있다”고 말한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느낌만으로도 승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환에 따르면 이번 대회 중 펠프스는 다소 예민한 상황이다. “라이언 록티가 반갑게 인사도 하는 반면 펠프스는 경기장에서 만나도 본 체 만 체한다”는 것이다. 신경전도 시작됐다는 의미다. 박태환은 “펠프스가 왜 날 견제하지?”라고 웃으며 여유를 보였다.

상하이(중국)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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