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2011 인텔 개발자 회의(Intel Developers Forum, 이하 IDF)’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한계는 없다, 나아가기 위한 시작만 있을 뿐(Sky’s not the limit, It’s the baseline)’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IDF 2011에서 인텔이 강조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시장 공략 강화와 울트라북(기존 노트북보다 더 얇고, 가벼우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의 출시가 바로 그것이다
인텔,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 재도전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막한 `2011 인텔 개발자 포럼'에 참석한 인텔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CEO와 구글 앤디 루빈(Andy Rubin) 모바일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인텔의 프로세서가 어우러진 스마트 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폴 오텔리니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컴퓨팅은 끊임 없이 진화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인텔의 저전력 아톰 프로세서를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하고, 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PC용 플랫폼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도 이 날 행사에 참석해 “구글과 인텔의 만남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라며, “이번 협력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양사의 협력으로 인해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할 본격적인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앞으로 구글 TV나 구글 크롬북에도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데자뷰를 겪는 듯한 이 아련함
지난 CES 2010을 떠올려 보자. 당시 인텔 폴 오텔리니 CEO는 기조연설에서 LG전자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폰 GW990을 시연했다. 인텔이 준비했던 고유의 운영체제 모블린 채택, 아톰 프로세서에 기반한 무어스타운(Moorestown) 탑재 등, 관심을 받을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전력 관리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였다.
비슷한 사례로 MID도 있었다. MID란, 휴대용 인터넷 장치(Mobile Internet Device)란 뜻으로, 휴대성이 강조된 인터넷 검색용 기기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던 셈(관련기사: MID를 기억하십니까? http://it.donga.com/plan/2579/). 국내에서는 TG삼보에서 최초로 MID ‘루온 모빗’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MID 제품군 역시 GW990과 마찬가지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인텔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시장 진출에 다소 뒤로 물러선 느낌이 강했다. 물론, 여전히 노트북, 데스크탑 PC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의 위치를 유지했지만, 스마트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어딘가 2% 부족했던 것이 사실. 때문에 이번 인텔이 발표한 구글과의 협력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인텔이 과거에는 자사만의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협력 관계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나가는 느낌이다. 본 기자는 인텔의 결정이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 시대에 가만히 생각하고 기다릴 시간이 있을까? 인텔표 스마트폰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바이다.
노트북의 진화 ? 울트라북
IDF 2011 둘째 날인 지난 14일에는 인텔 PC클라이언트 그룹 물리 에덴(Mooly Eden) 총괄 매니저가 울트라북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는 이날 울트라북의 정의를 기존 노트북보다 얇고, 가벼우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성능은 기존 노트북보다 향상된다. 여기에 가격도 이전 제품과 비교해 거의 비슷하거나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차세대 노트북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관련기사: 인텔, ‘울트라북’ 발표 http://it.donga.com/newsbookmark/5909/).
그는 “8년 전 인텔이 센트리노 기술을 선보인 이후 이처럼 큰 변화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라며,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릿지)는 사용자에게 향상된 컴퓨팅 성능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컴퓨터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앞으로 인텔과 PC 업계가 선보일 울트라북은 소비자에게 더 만족스러운 기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아이비 브릿지’의 등장
인텔이 울트라북을 자신하는 이유는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로 선보일 코드명 ‘아이비 브릿지(Ivy Bridge)’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비 브릿지는 현재 판매 중인 샌디 브릿지(32나노 제조 공정)의 후속 프로세서로, 22나노 제조 공정으로 제작된다. 이렇게 제조공정이 향상되면 프로세서 크기가 작아지고, 전력 소모량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곧 노트북 크기가 더욱 작아지고, 두께는 얇아지며,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결국 울트라북 출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날 물리 에덴 부사장은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6종의 울트라북 시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아우스와 함께 제작한 울트라북 시제품 UX21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울트라북을 개발하기 위해 LCD 화면 패널, 키보드, 배터리, 섀시(Chassis)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울트라북, 3단계를 거쳐 완성한다
물리 에덴은 울트라북의 완성을 총 3단계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 전했다. 이미 1단계 과정은 진행 중으로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울트라북이 곧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이어 2단계는 2012년 상반기 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로 시작되며, 3단계는 2013년 차세대 22나노 ‘코드명 해즈웰(Heswell, 아이비 브릿지 다음 세대의 프로세서)’ 프로세서를 출시할 때 시작된다. 즉, 울트라북은 22나노 제조 공정으로 제작되는 프로세서가 시장에 자리를 잡고 안정화될 때 본격 등장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무대에서 미래형 칩인 ‘해즈웰’을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해즈웰’을 탑재한 제품은 더욱 강화된 절전 기능을 통해 대기 상태로 배터리 수명을 10일 이상 연장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즉, 지금의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비슷한 크기와 두께의 노트북을 10일 가량 충전 없이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최근 스마트 혁명으로 위축되고 있는 노트북 시장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IDF는 인텔에서 여는 연례적인 기술 발표 행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자리는 인텔만의 기술 발표 자리가 아닌 많은 분야의 기술자들이 보여 토론하는 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인텔이 제시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그리고 데스크탑 PC의 미래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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