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거미손 전태현 “8실점 굴욕, 다 잊었습니다”

입력 2012-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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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골키퍼 전태현. 스포츠동아DB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 전태현(26·사진)은 2009년 9월13일 포항과 홈경기를 잊을 수 없다. 무려 8골을 내주며 1-8로 졌다. K리그 역사상 1경기 최다실점.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키퍼를 시작한 뒤 8실점은 처음이었다. 그해 입단해 몇 경기 뛰지 못했던 신인 전태현에게 가혹한 사건이었다.

그 다음부터 축구가 싫어졌다. 카메라를 하나 산 뒤 제주에서 경치 좋은 곳 찾아 사진을 찍으며 한량 같은 세월을 보냈다.

망가질 뻔했던 그를 2010년 서울에서 제주로 이적해 온 골키퍼 김호준(28)이 일으켰다. 전태현은 김호준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전태현은 키 196cm다. K리그 최장신 골키퍼 축에 든다. 화려하고 튀는 걸 좋아했다. 울산대 시절에는 너무 나와 있다가 코너킥으로 골을 허용한 적도 있었다. 김호준은 그에게 골키퍼는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2010년 가을, 전태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1년 방황을 끝냈다.

순발력이 좋고 센스가 뛰어나 금방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작년 중반 김호준의 컨디션이 떨어지자 전태현에게 골문을 맡겼다. 시즌 중 골키퍼를 교체했다. 전태현은 가장 좋아하는 선배를 밀어낸 셈이 됐다. 전태현은 “그러나 호준 형이 오히려 더 많이 응원해 줬다”고 고마워했다.

김호준은 올 시즌 상주상무에 입대했다. 제주는 다른 해에 비해 많은 투자로 전 포지션에 걸쳐 공백을 메우면서도 골키퍼는 영입하지 않았다.

전태현을 믿는다는 뜻이다. 박경훈 감독은 “태현이는 국가대표 자질을 갖췄다. 계속 기회를 줄 것이다”고 했다. 제주 이충호 GK 코치도 “태현이가 시즌의 70% 이상을 뛰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전태현은 “일단 주전을 굳히는 게 1차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은? 아예 안 찍는다. 그는 “운동 다시 시작한 뒤 카메라는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뒀다”며 웃음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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