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은철 “볼티모어 유니폼 받는 순간 눈물나더라”

입력 2012-03-08 11: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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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사물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 기자

무명투수 최은철(28)이 최근 스프링캠프에 합류, 올 시즌 출격준비에 들어갔다.

최은철은 작년 겨울 단숨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더블 A 계약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야구선수로 뛴 적이 없는 비선수 출신이다. 그랬기에 최은철의 빅리그 더블 A 계약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상고 재학시절 단 2달 야구를 접했던 것이 전부였던 최은철은 스무 살 되던 해에 뒤늦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볼티모어에 입단하기까지 그는 누구보다 더 많은 좌절과 부상을 겪어야만 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부상도 힘들었지만 ‘학창시절 야구선수도 아니었던 비선수 출신이 뭘 하겠어’ 라는 기득권의 편견이 더 힘들었습니다.”

최은철이 지난 겨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던 말이다. 실제로 그는 SK와 NC 등 국내프로야구팀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모든 팀이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최은철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리그를 전전하며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자신의 꿈 중 일부를 성취했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며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은철의 최근 근황을 알아봤다. 난생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의 소감과 각오를 들어보자.

<다음은 최은철과의 일문일답>


-더블 A이긴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 팀과 공식적인 계약을 맺고 팀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당당히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소감을 말해달라.

: 작년 겨울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잘 몰랐는데 스프링캠프에 도착해서 사물함 앞에 걸려있는 유니폼과 거기에 쓰여있는 내 이름(Choi)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이 벅차다. 너무 오랫동안 간절하게 원했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직도 가끔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다. 하루 하루가 새롭고 기분 좋다.


-스프링캠프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 다른 메이저 팀들과 동일하다. 캠프기간 동안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운동한다. 아침 7시에 하루 일정이 시작돼 오후 1~2시 정도에 끝난다. 하지만, 나는 오전 6시에 나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몸 상태는?

: 작년 겨울 비자갱신 때문에 한국에 나갔을 때 감기에 걸려 걱정했으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운동을 많이 해 지금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동료 앤디와 사물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이상희 객원기자




-구속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나.

: 아직 몸 상태가 100퍼센트 올라오지 않아 직구 구속은 80마일 후반 대 정도 나온다. 시즌개막에 맞춰 92마일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내 공을 받아 준 포수들이 볼 끝이 좋다고 칭찬해줘 기분도 좋고 운동할 맛도 난다.


-더블 A 계약을 했다. 그럼, 올 시즌은 더블 A팀에서 시작하는 건가?

: 부상이나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될 것 같다. 어디에서 시작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느 팀에 배정되더라도 그 동안 준비한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나.

: 그렇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독립리그 기록이 전부라 다른 선수에 비해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불펜 피칭할 때 코치들이 다른 선수에 비해 나의 투구를 더 유심하게 보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일본인 투수 와다도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같은 동양인이라 비교대상이 될 것 같은데?


: 그렇지 않다. 우리 팀은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스프링캠프를 따로 차린다. 그러다 보니 와다 선수와 마주치는 일도 비교되는 일도 없다.


-최근 논란이 된 김성민 선수의 30일 접촉 금지기간이 끝난 것으로 안다. 계약과 관련해 들은 소식은 없나.

: 전혀 없다.


-오리올스의 팀 분위기는 어떤가.

: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도 좋고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마음에 든다.


-혹시, 오리올스에 아는 선수는 없나?

: 있다. 세상은 정말 좁더라. 작년까지 한국프로야구 넥센에서 뛰었던 알드리지도 올해 우리 팀에 입단했다. 그 친구가 프로초년생인 나를 많이 챙겨주고 대화도 많이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세이브 라이온스에서 뛰었던 요시 도이 투수도 이번에 오리올스와 더블 A 계약을 하고 입단했다. 35살의 노장이라 공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가 일품이다. 가장 친하게 지낸다. 아울러 내 룸메이트인 앤디도 내게 많은 도움을 준다. 미국투수인데 마이너리그 경험이 풍부해 그에게 배울 게 많다.


-독립리그에서만 뛰다 처음 메이저리그 마이너팀에 왔다. 피부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

: 우선, 시설과 음식을 꼽을 수 있다. 독립리그는 클럽하우스나 야구장 등의 시설이 열악한데 메이저리그는 역시, 시설이 끝내준다. 식사도 매일 뷔페 식으로 나오는데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정말 좋다. 최고급 환경에서 부족한 것 없이 운동할 때 마다 ‘아 드디어 내가 미국프로야구팀에 입단했구나’라는 걸 피부로 느낀다.


-실전피칭은 언제쯤 하게 될 것 같은가?

: 우리 팀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 게임은 14일부터 시작된다. 그 때를 전후해 선발 등판하게 될 것 같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우선, 스프링캠프 때 부상당하지 않고 준비한 내 기량을 십분 발휘해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도록 하겠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시즌 후반기에는 트리플 A도 경험해 보고 싶다.


-끝으로 그토록 갈망하던 프로선수가 됐다. 프로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비선수 출신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고 반드시 될 것이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한국에서 선진야구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많이 응원해달라.

동아닷컴 |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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