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불멸의승부]승부욕앞설수록마음비워라

입력 2008-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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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승부욕이 무척 강한 편이다. 한 번 지고 나면 상대방에 대해 복수심을 불태우고, 다시 지기 싫어서 발버둥쳤다. 하지만 너무 복수심에 휩싸인 채 승리를 간절히 원하면 경기가 오히려 안 풀린다.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마우스도 잘 안 움직이고 뭐든지 서두르게 되고 플레이도 요동을 쳤다. 그러면 또 다시 패배로 이어졌다. 내게 그러한 패배를 안겨준 것은 마재윤 선수였다. 2006년부터 2007년 초까지 마재윤 선수는 프로 게이머들에게 ‘공공의 적’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기세가 높았다. 나는 슈퍼파이트,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연거푸 3대1로 마재윤 선수에게 패했다. 그리고 또 2007년 3월 17일에 펼쳐진 마스터즈 결승전에서 또 다시 마재윤 선수를 만났다. 결승전에 임하기 전 대기실에서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나는 이윤열이다. 나는 나다운 경기를 해야 한다. 준우승을 해도 좋다’고. 5분 후 눈을 떴을 때, 나는 흥분되지 않은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마재윤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쏙쏙 들어왔다. 시야도 넓어지고, 마우스의 움직임과 단축키를 누르는 손도 경쾌했다. 초반부터 8배럭 플레이를 시도한 나는 마재윤 선수 몰래 3시 방향에 팩토리를 지어 기습할 준비를 했다. 벙커러쉬 심리전을 펴며 마재윤 선수를 속인 나는 멀티를 짓고 벌처로 공격하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마재윤 선수가 저글링으로 함정을 팠지만, 속지 않고 차분히 메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던 중 한순간 타이밍 러시의 ‘필’이 왔다. ‘지금 나가면 이긴다!’는. 나는 신나게 진격했다. 마재윤 선수는 성큰이 무자비하게 부수어지자, 힘없이 ‘GG(게임 포기)’ 선언을 했다. 나는 트로피를 향해 달려가면서 위로 두 팔을 벌렸다. 날아갈 것 같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이윤열다운 경기는 마음을 비웠을 때 비로소 찾아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레이, 심리전이 가득한 플레이, 나는 계속 만들어가려 한다. 이 윤 열 위메이드 폭스 소속 프로게이머로 게 이머 ‘4대 천왕’으로 불리고 있다. 게 임넷 최초로 골든마우스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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