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개그같았던승부

입력 2008-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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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예고해 드린 대로 이 바둑의 ‘덤’을 소개한다. 이정우와 이영구가 합작한 한 편의 개그콘서트. 이야기는 백이 <실전> 1로 젖혔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 수를 본 이영구가 아무 생각 없이 흑2로 늦춰 받았다. 스스로 ‘묘수’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순간 검토실이 발칵 뒤집혔다. 이영구가 다 이겨놓은 바둑 졌다고 난리가 났다. ‘초읽기의 마신이 붙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웬걸? 이정우가 떡하니 백3으로 잇는 것이 아닌가? 베이징 호떡집 같던 검토실이 돌연 고3 수학시험시간처럼 조용해졌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흑2에 백3이다. 이 무슨 눈물겨운 개그란 말인가? 자, 이제 풀이를 보자. <실전> 흑2는 <해설1> 흑1로 받아야 한다. 백2에는 흑3으로 그만. 이것이면 무난한, 그리고 당연한 흑의 승리가 보장된다. <실전> 흑2가 황당했던 것은 <해설2> 백1로 집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가? 그렇다. 흑은 자충이다. 백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변의 흑 집은 초토화이다. 바둑은 한 순간에 역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웃기는 것은 이 수들이 놓일 당시 대국자는 물론 바둑TV 해설자도 <해설2>를 못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해설자는 ‘미세한 바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계가를 하고 있었다. 복기를 하면서 대국자들도 <해설2>를 알았다. 두 사람 모두 ‘눈물’을 흘렸다. 승자는 안도의 눈물을, 패자는 억울함의 피눈물을. 어느 눈물이 더 짭짤했을까. <233수, 흑 3집반 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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