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내려다선수들끝장나겠네”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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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승부’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야구계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일 잠실구장에 나타난 한화 김인식(61) 감독과 두산 김경문(50) 감독은 전날 5시간51분 동안 펼쳐진 사상 첫 연장 18회 혈투 얘기에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인식 “한국 실정에는 좀….” 김인식 감독은 대뜸 “차 있는 관중들만 집에 가란 얘기냐. 차 없는 사람은 대체 어디서 자야 하냐”며 농담부터 꺼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내심 불만이 많아보였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귀가 시간을 고려했을 때 팬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은 연장 12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로 처리하는 종전 규정이다. 그는 “12회도 충분히 부담되는데 끝장승부는 더하다. 비록 이겼지만 두산도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경문 “팬들도 좋아하지 않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김경문 감독도 ‘끝장승부 재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감독은 “정해진 룰인데 안 할 수도 없고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니 괜찮다”면서도 “팬들이 좋아한다면 받아들여야 할텐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날 들어왔던 7000여명의 관중들 가운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건 1000여 명 뿐이라는 게 근거였다. 그는 “관중들이 떠나고 난 다음까지 야구를 하는 건 불필요하다”면서 “ 이러다 시즌이 끝나면 ‘승부치기’ 제의도 나올 지모른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다음 3연전에 후유증 나타날 것” 두 감독은 또 “당장 오늘 경기에는 별 영향이 없더라도 이후에 이어질 3연전에서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앞서 ‘1박2일’ 승부를 펼쳤던 히어로즈와 KIA의 경우 때마침 이동일에 15이닝 경기를 하게 돼 이후 각각 3연패와 1승2패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무조건 임태훈과 이재우를 쉬게 하면서 다음 투수 운용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고, 김인식 감독은 “안영명이 한계투구수를 넘어 2-3일은 쉬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목동에서 히어로즈와 맞붙는 두산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한화는 대전에서 호시탐탐 4위 자리를 노리는 삼성과 3연전을 펼쳐야 해 부담이 크다. 일단 양 팀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썼다. 두산은 주전 3루수 김동주와 포수 채상병을 휴식 차원에서 선발 제외했다. 또 한화는 평소보다 30분 늦게 경기장에 나와 가벼운 훈련만 소화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끝장 승부’에 대해 “당장은 어느 쪽이 낫다 섣불리 얘기하기 힘들지만 시즌이 끝난 후 분명히 단장회의에서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는 어떤 경우에도 승패 가려야”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어떤 경우에도 승패를 가려야 진정한 야구”라며 무제한 연장승부를 적극 옹호했다. 특히 후반기 잔여경기에 도입된 더블헤더시 무승부제도 부활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4일 LG전에 앞서 “무승부 경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팀이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며 “더블헤더 때도 연장전을 치러 승부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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